신의 도움 받아들이기
우리의 고통은 바로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의 의지는 일종의 '계획표'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 세상은 우리의 바람에 따르지 않기에 우리는 좌절에 빠지고 만다. 대체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 거냐고 물으면서.
우리에겐 통제권이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언제나 자유 의지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아무리 마음을 다해 바라더라도 사소한 것 하나 바꿀 수 없다. 사건들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특정한 결과를 간절히 바라지만, 결과는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다. 내가 좋든 싫든 상관없이 사건은 일어난다. 사람들이 내 뜻과 어긋나는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어느새 내 통제에서 벗어난다.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의지가 쪼그라든다. 우리는 다시 한번, 통제 밖에 놓인다. 바람이 좌절되면 우리는 분노하고, 심지어 앙심을 품기도 한다. 또, 상황에 맞서며 거부하려 들고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지쳐버린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심화편>
[5주 차 두 번째 미션]
다음 빈칸을 채워보라.
1. 나는 ________________ 를 통제하기를 바란다.
2.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__________________ 이다.
3.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_________________ 이다.
이제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인도의 목소리에 물어보라. 어떤 지혜로운 답을 들었는가? 그 답이 당신에게 평화를 안겨주는가?
나는 일상을 통제하기를 바란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이의 컨디션이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나도 나이를 먹었고, 내 몸은 예전 같지 않으며, 일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요일 저녁부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 증상이 전혀 없는데 열이 났다. 해열제를 먹이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소파에 누워서 잠들었다. 깨워서 저녁을 먹일까 하다가 일단 그냥 재웠다.
2시간이 흐른 뒤 이대로 재울 것인가? 깨워서 밥을 먹인 뒤 시간을 보내고 재울 것인가? 고민이 들었다. 일단 잠을 푹 재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자를 선택했다. 그냥 재울 수는 없어서 수건에 물을 적셔서 아이의 얼굴과 손발을 닦았다. 아이는 차가운 감촉이 싫었는지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 엄마와 간단히 씻고 자자고 했더니 아이는 잠이 깬 얼굴로 배가 고프다고 한다. 내 의도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후자의 길로 가게 된다.
한 그릇 뚝딱 한 아이는 계속 목이 아프다고 한다. 손전등을 켜서 입안을 보니 목이 빨갛게 부어 있는 듯했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이마가 뜨겁다. 아이는 목욕 후 잠시 살아났다가 한 시간 뒤 힘든지 자러 가자고 한다. 목감기 약과 해열제를 먹인 뒤 잠자리에 들었다.
자는 중간중간 열체크를 했다. 해열제를 먹었는데도 열이 39도까지 오른다. 물수건을 해서 올려놔 본다. 중간에 아이가 깨면 먹이기 위해 해열제도 옆에 준비해 놓는다. 다행히 아이는 깨지 않고 푹 잤다.(난 못 잤다.) 푹 자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을 체크하니 38도다. 아침을 먹이고 다시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는 "유치원에 못 가겠어."라고 한다. 고민이 시작된다. 지금 준비해서 출근하면 지각은 아닌데, 아이를 두고 가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남편은 아직 꿈나라) 내가 출근하면 남편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들렀다 유치원에 보낸 뒤 서둘러 출근하겠지? 나도 중간 보고회 일정이 있어서 빠지면 안 되는데...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 아플 때 쓰려고 아껴둔 연가를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쓰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 연가를 올려 본다. 문자로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 보낸다. 연가 결재를 올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회의도 잘 마무리될 것이다. 그럼 당연하지~.
오늘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자 아이가 갑자기 살아난다. 뭐야? 괜찮은 거였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아이 목이 많이 부어 있긴 한데 열이 많이 오를 정도는 아니라며 지켜보자고 한다. 편도선에 고름이 차면 열이 많이 오를 수 있으니 열 체크 수시로 하고 38도 이상이면 해열제 먹이라고 한다. 열이 39도까지 올랐었는데, 해열제 먹고 열이 내려가면 괜찮다고 보는 것인가?
처방해 준 약을 받아 집으로 가는 길에 막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들러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는 아픈 아이 맞아? 할 정도로 살아났다.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니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점심도 몇 입 먹지 못한다. 목이 아파서 못 먹겠다고 한다. 같이 자러 들어가자고 해서 낮잠을 재웠다.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는데도 열이 39도까지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배도 아프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생각이 많아진다.
2~3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는 살아났다. 37.5도 정도의 미열이 있었지만 컨디션이 좋아졌다. 누룽지를 끓여서 먹이고 아이와 시장을 보러 갔다. 이때까지 컨디션이 좋더니 집에 와서 보드게임 몇 판 했더니 축 처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켰다. 목이 아파서 내일도 유치원에 못 가겠다고 하는 아이를 설득해서 재웠다. 중간중간 열 체크를 했는데 어제보다는 열이 심하게 오르지 않는다.
새벽 빗소리에 깨서 거실로 나왔다. 고요한 이 시간이 참 좋다. 이 시간이 좋은데,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깨어 있으면 일찍 체력이 방전돼서 힘들겠지? 하는 걱정도 든다. 막내 컨디션도 걱정이 된다. 너무 좋으면 내 컨디션이 그걸 못 받쳐줄까 봐 걱정, 안 좋아도 내 컨디션이 그걸 못 받쳐줄까 봐 걱정. 엄마는 걱정투성이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고, 내 일상은 잠시 멈추고,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수시로 오르고, 밥을 양껏 먹이고 싶지만 아이는 먹지 못하고, 하룻밤 잠을 못 잤더니 내 컨디션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싶다. 아니다 딱 하나 있구나. 눈 딱 감고 내 연가를 딱 쓰는 거. 이거 외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