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인도받기
오늘의 주제는 청원의 기도였다.
나는 우리가 자비로운 신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을 구할 때 신은 그 요청보다 더 나은 것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신의 의지는 늘 자비로웠다. 바로 그 점을 알려주고자 했다.
강의 중, 나는 청중이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비로운 신의 필요에 대해, 그리고 권위적이고 두려운 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랑의 신에게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먼저, 당신이 과거에 신이라고 믿었던 부정적인 속성들을 하나씩 적어보라.
그다음엔, 당신이 바라는 신의 긍정적인 성품들을 나열해 보라. 긍정적인 면들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런 신이 존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신은 자비롭고, 이해심 깊고, 사랑이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이 열린다. 이 새로운 신은 우리를 향한 선한 의도를 품고 있다. 우리가 청원 기도를 드릴 때, 이 신은 우리의 안녕을 깊이 고려한다. 우리가 받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더 나은 것이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심화편>
[5주 차, 세 번째 미션]
펜을 들고 당신을 불안하게 하는, 혹은 헤쳐나가기 힘든 일에 대해 써보라. 다음번에 또다시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실시간으로 인도의 목소리를 청할 수 있겠는가? 나는 멈춰서 귀를 기울임으로써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되곤 한다. 복잡한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 매 순간 인도를 청해보라. 그것이 당신의 경험, 판단,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비로운 에너지의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가?
겪어보지 않은 것, 예측되지 않은 것에 나는 불안을 느낀다. 갑자기 큰돈이 나가게 될 때, 상대방과 돈을 나눠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써서 도대체 내가 얼마를 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때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작년 아빠 기일 때가 생각난다. 작년에 우리는 아빠 기일 날 봉안당에 모여 제사를 지낸 뒤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계획 과정에서 이날은 그냥 기분을 내보자는 동생과 이날은 그냥 조금 불편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부딪쳤다. 동생은 우리 대가족이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면서 프라이빗한 풀이 갖춰진 펜션, 다양한 먹거리, 편안한 잠자리를 원했다. 이걸 다 만족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야 하는지 예측이 되지 않아서 동생에게 대충 얼마의 금액이 드는지 예산을 세운 뒤 그 안에서 계획을 세워서 놀자고 했다.
동생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펜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모임이 끝나고 동생은 아쉬워했다. 예산을 세워 회비를 미리 걷지 않았다면 동생은 룸을 한두 개 더 잡았을 것이고, 시장을 볼 때도 먹고 넘칠 정도로 많은 양을 샀을 것이다. 반대로 난 마음이 편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샀고, 다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같은 상황인데 받아들이는 게 달랐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는 규정된 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편인 듯하다. 여행도 누군가 세워 준 계획표대로 착착 움직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쇼핑이 없는 패키지여행을 사랑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불안감이 큰 편이지만 일이 벌어진 후에는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편이다. 일에 대한 해결 방안을 빨리 찾고 그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냉정해 보일 수도 있겠다.
오늘은 학회가 있어서 연대에 갔다가 학교 안에서 카드를 잃어버렸다. 순간 당황했는데 카드를 마지막으로 꺼낸 시점이 언제인지 생각한 뒤 그 장소로 바로 뛰어갔다. 다행히 카드는 그곳에 있었고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카드 한 장과 만 원짜리 한 장만 들고 나왔는데, 버스를 올라탔는데 그때서야 카드가 없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버스는 현금을 낼 수는 있지만 나머지 잔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데, 만 원을 내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앙. 그건 좀 억울하다. 최악의 상황은 이거다. 버스를 타려다가 카드가 없다는 걸 알고 일단 버스에서 내린다.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 카드를 찾아 헤맨다. 이미 학교 안 식당과 카페는 문을 닫았고 난 카드를 찾지 못한다. 분실 신고를 한 뒤 만 원을 내고 버스를 타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늘 하루 참 운이 좋구나 싶다. 아침에 연대에 가는 버스도 기다리자마자 바로 탔고, 집으로 가는 버스도 바로 탔다.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쏟아졌는데, 내릴 때쯤 비가 멈췄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재미있고 유익한 발표를 들었다. 둘째가 부탁한 기념품을 샀고, 존경하는 교수님도 뵈었다.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알았고, 카드도 바로 찾았다. 오늘 하루 자애로운 신이 나를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