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결혼하면 애는 그냥, 당연히! 생기는 줄 알았어
20대 후반에 결혼한 나는, 한창 일할 나이에 아이를 갖는 것이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어 결혼하고 처음 1년정도는 절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 다음 해에는 아이가 생기면 낳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고, 9개월, 1년이 지나도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볼 수 없었다.
덜컥 걱정이 되었다. 그래, 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았잖아. 내년에는 정말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굳음은 결심으로 그다음 해를 맞이했다. 아기를 갖기 위해 몸에 좋다고 하는 영양제도 먹었다. 임신을 기다리면서 느껴지는 온갖 증상은 모두 내가 임신을 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갔다.
그다음 해에는 조금 초조한 마음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슬슬 임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왜 임신이 되지 않으며, 왜 주변의 사람들은 내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나를 비난하는 것인지, 나를 은근슬쩍 죄인 취급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임산부들을 보면 부러웠다가도 어느 순간 질투를 했었고, 일부러 관심 없는 척을 했다.
나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했던 노력의 100배 정도 되는 노력을 임신이 되는 것을 위해 애를 썼다. 주변에서 알려주는 좋다고 하는 한의원에 가 보았다. 같이 간 남편은 허수아비같이,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 마냥 멀뚱멀뚱 서 있었고, 한의사는 여자인 내 몸에서만 문제를 찾기에 바빴다. 병원에서도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난임의 과정은 지루했고, 좌절했고, 많이 울었고, 포기했고, 피하고 싶었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끝이 없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래, 정 안되면 우리 둘이 재미있게 살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래도 나랑 남편을 닮은 아이 딱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 얼마나 예쁠까?’라는 생각이 임신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난임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유산과 수술의 반복 속에서 몇 년을 보내니 마음과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내가 보였다. 그렇게 점점 임신에 대한 집착을 놓아갔다.
내려놓아야 비워지고 비워져야 채워지는 것인가. 임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고 술도 마시고 모처럼 자유롭게 지내던 그때 지금의 첫째 아이가 찾아왔다. 지독한 입덧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