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의 끝은, 출산이다.
임신을 하고도 그 임신이 유지되지 않을까 봐, 또 보내게 될까 봐 수없이 의심하고 괜히 뱃속의 아이에게 무관심한 척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임신이 된 것이다..! 술도 마시고, 밤새 일하고, 인스턴트 음식도 팍팍 먹으면서 임신에 좋지 않다는 것은 다 했던 그 달에.
‘그래, 이번달까지 안되면 난 그만한다’고 마음 굳은 결심을 하고 정말 마음을 탁 하고 내려놓았던 그 때 나의 첫 아기가 찾아왔다. 난생 처음 보는 진한 두 줄에 얼떨떨 하면서도 실감나지 않았던 그 순간, 나의 마음은 기쁨과 동시에 불안함으로 가득찼다. 그렇게 원했던 두 줄을 보고도 이게 정말일까, 의심했었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아 다행이다! 싶은 마음과 함께 임신이 유지될까에 대한 걱정을 했었다.
심한 입덧 탓에 아이가 잘 크고 있구나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입덧 증상이 줄어들면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결국 나는 배가 완전히 나온 거의 막달이 되어서야 진심으로 안심이 되었다. ‘나 이제 진짜 엄마가 되는구나.’ 그렇게 임신 기간을 무던히 보내고 출산을 앞둔 어느 날, 이제 정말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은 그 때에 진통이 오지 않았다. 예정된 날짜를 기다리고도 일주일이 더 지났는데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이대로 있다가는 자연 분만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엄마의 뱃속에서 오래 있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하루라도 빨리 유도분만을 하자고 재촉했다.
앗, 내가 원하던 출산은 이게 아니었는데..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지만, 일단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하니 유도분만 날짜를 정했다. 유도분만 당일에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다 시피하고 이른 새벽에 병원으로 향했다. 출산을 수월하게 하고 진통을 빨리 오게 하기 위해서 좋다는 그 모든 운동들은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내 자궁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병원으로 들어가서 그 곳의 수간호사분과 유도분만 과정에 대해 상담을 했다. 그분은 내게 지금 상태라면 1박 2일정도 출산이 걸릴 것 같다고, 아이가 전혀 내려올 생각을 안하고 있고 자궁벽이 튼튼해서 고생할 것 같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내게 했다. 본인의 딸이었으면 수술을 시킬 것 같다는 이야기에 나는 두려움에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 어렵게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어떻게 하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 진통, 진통이 대체 왜 안 올까!! 그 때 까지도 진통이 없었고 출산에 대한 신호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자연주의 출산에서 들었던 강의 중 한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유도분만을 할 때 아이가 빨리 나오게 하려고 쓰는 약(촉진제)이 자궁안에 들어가면 아이가 갑자기 자신을 밀어내는 그 물질 때문에 숨이 막혀서 빨리 나오려고 엄청난 애를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촉진제를 쓰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유도분만 자체가 아이에게 엄청난 위험처럼 느껴졌고, 내 몸은 두려움으로 자꾸만 경직되었다.
결국, 새벽에 입원을 하고 반나절이 지나도 아무런 진통이 없어서 그날 오후에 제왕절개를 했다. 제왕절개를 하면서 하반신 마취로 정신은 멀쩡했는데 그 상태로 아이의 모습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컸다. 아이를 바로 품에 안을 수 없어서 아쉬웠고, 진통을 제대로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출산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모든 상황이 싫게만 느껴졌다.
출산이 끝나고 회복을 하는 도중에는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내가 패배자가 된 느낌도 들었다. 조금 더 기다려볼 걸, 자연주의출산을 하는 병원으로 옮겨볼 걸, 유도분만을 더 해볼 걸 하는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녔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늘 있지만, 출산의 경우 그 아쉬움과 후회가 다른 일 보다 짙게 남았다. 그런 나의 후회를 말끔히 씻어준 한 사람, 그렇게 기다렸던 작고 작은 한 생명이 내 옆에 누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