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03 자연분만이 얼마나 아픈 줄 아니?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엄마의 하소연

by 글짓는맘


"제왕절개 해야 된다고요?"


두 아이를 모두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자연출산을 준비하던 나에게 제왕절개라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첫째 아이는 진통이 없었고, 이미 출산 주수가 많이 지났다는 이유로 제왕절개를 했다. 첫번째 출산이 너무 아쉬워서 두번째 출산은 브이백(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그 다음 출산을 자연분만으로 하는 것)을 하려고 했지만 남편의 완강한 반대로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


나에게 있어 출산은 미련 덩어리였다. 자연분만을 한 친구들 앞에서 괜히 마음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에 끼지 못한다는 말에 지극히 공감이 되었다.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나는 자연분만을 한 엄마들의 이야기에 끼지를 못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출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분만을 한 이야기는 언제나 대단하게 들리고, 그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낸 엄마들이 영웅처럼 위대해 보이기만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제왕 절개로 아이를 낳았으니 얼마나 쉽게 아이를 낳은 것처럼 보였을까.



그토록 기다리던 첫째 아이를 낳고서도 아이는 너무나도 예뻤지만 내가 원했던 출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산이라는 미션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참 괴로웠었다. 뭔가 부족한 엄마처럼 느껴졌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나는 모성애도 부족한 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 놀러 갔다가 아이가 많이 예쁘냐고 물어보는 시어머니에게 ‘네, 정말 예뻐요. 그래서 사람들이 둘째도 낳고, 셋째도 낳나 봐요.’ 라고 대답을 했다. 들려오는 어머니의 말씀,

‘너는 자연분만이 얼마나 아픈 줄 아니? 얼마나 아픈데.’

‘아, 네..’

나는 몰랐다. 나는 제왕절개의 아픔만 알았지, 자연분만의 아픔은 몰랐다.



내가 자연분만을 하지 못해서 어머님이 불만이 있으신 건가? 내가 제왕절개를 해서 쉽게 아이를 낳았다고 무시하시는 건가? 자연분만은 잘한 것이고, 제왕절개는 잘 못한 것인가? 순간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역시나, 또 출산에 대해 후회가 되었다. 고집을 좀 더 부려서라도 자연분만을 더 시도해 볼 걸.. 아이 하나도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못난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어머님은 그냥 하신 말씀일 것이다. 어머님이 출산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는 것을 표현하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자연분만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출산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출산에 대한 말 한마디에도 날을 뾰족하게 세우고 내 자신이 상처받기를 선택했었다. 그럴수록 나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뚝뚝 떨어졌고, 육아에도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이미 벌어진 일을 가지고 계속 우울한 감정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내 눈앞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가 방긋 방긋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모와 아기가 건강한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출산이다.

사람의 몸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나는 안되느냐고’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한참 우울해하던 시기에 남편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벌떡 일으켰다.

"있잖아, 우리 아이가 다 컸을 때 당신이 ‘얘야, 엄마가 너를 이렇게 힘들게, 죽을 고생을 하면서 낳았단다.’ 라고 말하면 알아줄 것 같아? 고마워할 것 같아? 아이에게는 당신이 자기를 어떻게 낳았는지 보다 어떻게 키우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 이미 아이가 태어났고,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는데 당신이 자꾸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아이를 잘 키울 생각을 해야지."


나는 그 날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출산의 미련 덩어리를 녹여버렸다.


출산의 방법, 물론 중요하다. 단, 아기를 낳기 전까지만이다.

아기를 낳았으면, 어떤 방법으로 낳았든 내 몸이 건강하고 아기가 건강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으로 이미 대단하다.

내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에게 말했다.

‘대단해, 잘했어. 정말 잘했어. 잘 낳았어.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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