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04 모유vs분유, 이게 뭐라고

feat. 모유수유와 분유수유., 이게 경쟁할 일이야?

by 글짓는맘

아직 제대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몸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수유실로 엉금엉금 걸어 들어갔다. 수유실 안에는 열 댓 명의 산모들이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들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수유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진행중인 아주 집중되고,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있었지만 아주 고요한 그런 곳이었다. 아기들은 전투적으로 젖을 찾고 엄마들은 그런 아기들에게 가장 귀한 것을 주는 기분으로 온 신경을 아기에게 맞추고 있었다. 초유를 열심히 유축하는 엄마, 젖을 먹고있는 아기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아이와 눈맞춤을 하는 엄마, 왠지 여유가 있어 보이는, 아마도 둘째 아이를 낳은 것처럼 능숙하게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는 엄마, 아이를 안고 살짝 졸고 있는 엄마, 젖을 제대로 빨지 못해 빽빽 울어재끼는 아기와 씨름을 하다 간호사에게 ‘아기 분유 먹여주세요.’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안아본 아이는 어떻게 안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고, 귀여웠다. 아직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로 내 가슴에 얼굴을 콕 박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열심히 모유를 먹는 모습에 ‘아, 정말 내가 낳은 아기구나.’ 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이도 없는 아기가 힘이 세면 얼마나 세다고 쪽쪽 빨아대는 탓에 가슴에서 피가 났다. 젖을 잘못 물린 탓이었다. 그래도 초유를 꼭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찌릿찌릿한 아픔을 꾹 참고 며칠동안 모유를 먹이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함께하는 육아가 시작되었다. 집안일을 잘 도와주셔서 참 좋았는데, 문제는 내가 모유수유를 할 때 자꾸 간섭을 하는 것이었다. 아기가 모유를 먹고 한~두시간 있다 배고파 하면 엄마 모유가 작아서 애가 금방 배고파 한다고, 분유를 좀 주라고 잔소리를 하셨고, ‘저 아기 잘 동안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아기 깨면 저도 깨워주세요. 모유 먹일거에요.’라고 부탁을 하면 본인 마음대로 아기가 앵~하자마자 분유를 먹였다. 내 아기를 내가 수유하는데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참 불편했다.


그렇게 편하고도 불편한 시간들을 한 달 정도 보내고 나서 ‘진짜 육아’가 시작되었다. 아기는 점점 분유맛에 익숙해졌고, 힘들여서 빨지 않아도 되는 젖병을 더 많이 찾았지만 모유수유에 대한 욕심이 있던 나는 모유를 끊지 않으려고 계속 모유수유를 틈틈이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유를 먹이려고 내 가슴에 아기의 입을 갖다 댔는데 그날따라 아기가 젖을 빨지 않으려고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피하기 바빴다. 나는 아이에게 모유를 주고 싶은 마음에 얼굴을 잡았고, 아기는 엄청 큰 소리로 앙앙 울었다. 몸을 바등대면서 온몸으로 내 가슴을 거부했다. 결국 모유 먹이기는 실패. 나는 모유수유에 지치기도 했고, 더 이상 아기와 씨름하기 싫어서 결국 나는 분유를 선택했다. 출산도 마음대로 안 되, 모유 먹이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어서 정말 내 인생에서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기가 백일이 지나고 만나기 시작했던 동네의 친구들은 모두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는데, 아기에게 수유할 시간이 되면 아주 자랑스럽게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모유만 먹이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젖병에 분유를 타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였다. 한 번은, 분유를 탔는데 분유를 탄 물이 좀 뜨거웠다. 아기가 배가 고파서 찡얼대자 같이 계셨던 시어머니의 한 마디, ‘이럴 때 바로 모유먹이면 얼마나 좋아.’ 나는 급한 마음으로 젖병을 조용히 그릇에 담아 찬물에 휙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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