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겐 불편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반갑지 않고, 전화하는 것도 반갑지 않다. 예고 없는 만남은 더더욱 싫다. 간단히 말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싫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설렘과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던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갔던 것은 단 한순간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찰나의 순간들, 매 순간마다 서로에 대한 선택이 벽돌을 바르듯 차곡차곡 쌓여서 벽이 되고, 그 벽은 점차 견고해져서 서로에 대해 무수한 오해와 원망을 담은 채 서로를 향해 꿋꿋하게 서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누군가 인간관계는 모래성 같다고 했는데, 차라리 나는 그 사람과 내가 모래성 같은 관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흩어져서 어디론가 굴러가면 되니까. 그냥 관계를 끝내면 되니까.
하지만 나와 그 사람의 인간관계는 결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관계이기에, 그래서 더욱 마음이 쓰이고 불편하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 사람이 너무 싫어서 욕을 해 봤다. 혼자 있을 때에도 실컷 욕을 해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흉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서 했던 그 이야기들이,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었던 작은 일들이 되살아나 내게 싫은 감정을 더욱 각인시키고 미운 감정을 강화시킬 뿐이었다.
그런 날이면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이 온종일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은 날이 편안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누군가를 욕하면, 그 사람이 더 싫어진다.
만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고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 그 사람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할까.
미운 감정을 꼭 쥐고 있어 빨개진 나의 손을 이제는 슬며시 놓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잡을 만한 다른 좋은 감정의 줄이 많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알려줘야겠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물론 이렇게 마음을 먹더라도 상대방을 마주치면 또다시 싫은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겠지만, 더 이상 밉고 싫은 마음을 선택하지는 말아야겠다.
내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나 자신의 것이니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나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것을 주지 말자고 작은 마음을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