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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Jun 14. 2023

[육아에세이] 실내화와 하트뿅뿅

초등학교 1학년 엄마는 여덟 살

여유 있게 등교를 했던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첫째 아이가, 이미 학교에 도착했을 시간에 다시 현관문을 열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이유는 실내화 주머니를 잊어버리고 안 가져 갔던 것이었다. 실내화 주머니는 현관문에 자석 고리를 붙여 놓아 잊어버리지 않고 가지고 가도록 했는데, 오늘 따라 깜박했었나 보다. 나 역시 아이가 등교하는 시간에 둘째의 유치원 준비로 모두가 바빴던 그 시간이었다. 아이는 실내화 주머니를 낚아 채고는 바로 엘레베이터를 타며 바쁜 그 순간에도 내게 사랑의 하트를 날리고는 엘레베이터 문을 닫았다.



사실, 요즘 아이의 모든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른 친구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징징대며 늘 기가 센 아이들에게 피해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답답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가시가 콕콕 담긴 말들로 아이의 마음에 생체기를 냈고, 교과목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 학교 공부의 복습과 다양한 문제집들을 풀어내기를 강요했다. 돌이켜보니 전부 다 엄마인 나의 욕심.<기본>은 해야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주입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과한 것일까? 이조차도 하지 않으면 안 될텐데.. 더 많이 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한데.. 수백 번 수천 번을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과하지 않다고,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학교에서 배운 것 만큼은 복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맞는 생각일까?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



아이는 이미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더 이상 아이와 싸우지 말자.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좋게 말해 줄 것.

공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아이의 책임이다.

나는 그 환경을 만들어주고, 공부를 해야함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를 혼낼 일은 아니다.  



내 몫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실내화 주머니를 놓고 갔으면 다시 가지고 가는 것. 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해 내는 것. 내 몫의 일을 내가 끝까지 해 내는 것 말이다.   

나 역시, 엄마로서 아이들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것,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에 신경 쓰는 것, 청결한 집안을 가꾸는 것, 나 자신을 위해 내 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내가 책임져야 할 나의 몫이다.



잊고 있었다. 

우리는 빠르지는 않지만,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꾸준히 각자의 몫을 은은하게 잔잔히 매일매일 해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스스로 옷을 골라 입고, 아침밥을 먹고, 회사에 가고, 학교에 가고, 유치원에 가고, 나는 내 꿈을 위해 사부작 거리는 이 모든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반성하기 위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렸는데 이 두드림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똑똑, 너 괜찮니? 조금만 더 들여다 봐봐. 더 깊이 있는 그것을.' 

아이가 하교 하면 아이의 마음을 '똑똑' 토닥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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