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학기가 시작 하기 전에 아이와 합의(?)를 보았어요. 자신의 가방은 스스로 챙기기로요. 3월 학기초에는 학교 사물함에 두고 사용할 물건 챙기는 것이 큰 이벤트였는데요, 요즘에는 이름 스티커가 나와 있어서 필요한 물품들을 한 번에 사고, 이름 스티커를 죄다 붙여줘야 했어요..ㅎㅎ
'내가 예쁘게 붙여줄까?' 라고 5초 정도 고민을 했지만 결과는 아이가 자신이 사용할 모든 물품에 스티커를 붙였답니다. 삐뚤빼뚤 붙여도 어차피 본인이 학교에서 사용할 자신의 물건이므로 한 번 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지요.
이렇게 스스로 학교에 가져갈 물건 및 숙제들을 스스로 챙기게 했는데요, 그러다보니 구멍이 나는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몇 차례 그렇게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물병을 가방에 넣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가방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미흡하지만 자신의 물건을 챙기다보면 언젠가는 완성된(?)모습으로 스스로의 삶을 정돈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대신 해주지 않아요.
잠깐!
가방 챙기는 것은 어릴때부터 조금씩 스스로 가방을 챙겨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4살 어린이도 가방에 뭐 담는 것을 좋아하잖아요..ㅎㅎ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이가 아침 밥을 먹을 때 아이가 앉아있는 의자 등받이에 오늘 입을 옷을 걸어주곤 했었는데요, 이제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최근 다시 해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답니다.
주말에 모처럼 아이들과 박물관을 가기로 했고, 둘째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신이 나서 스스로 입을 옷을 골라서 이미 외출 준비가 끝이 난 상황이었어요. 저는 첫째 아이에게 '이제 곧 나갈테니 옷을 골라 입어라.'라고 이야기를 해 놓은 상황이었거요. 그래도 아이는 옷을 입지 않고 뒹굴거리더라고요. 첫째 아이를 제외 한 나머지 가족이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자 그제서야 첫째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옷을 줘야 입지! 옷을 왜 안 줘!" 라며 난리를 치더라고요. 그 때 깨달았지요. [이제 아이에게 더 이상 입을 옷을 챙겨주지 말아야겠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아침이 되면 아이에게 <오늘의 날씨>에 대해 알려만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고른 옷이 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아요.. 단,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꺼냈다거나 칠부 잠옷 위에 반팔을 입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알려주고요..ㅎㅎ
'자신이 마시고 먹었던 물통과 식판은 스스로 꺼내서 싱크대에 넣어놓기'를 유치원때부터 슬슬 연습을 했는데요, 유치원 다닐 때에는 잘 되는 날도 있고 아이가 좀 피곤하거나 하면 잘 되지 않는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8살이 되니 물통 하나만 꺼내 놓으면 되어서 그런지 물통을 잘 꺼내어 싱크대에 넣어놓습니다. 이 부분은 식사를 할 때에도 연결을 해서 자신이 먹은 그릇과 수저를 싱크대볼에 넣어둘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엄마가 거둘 일은 칭찬뿐!
8살이 된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샤워를 곧잘 해요. 혼자 하기까지 연습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으로 잘 씻고 나온답니다. (하지만 혹시 미끄러질까 걱정되어 샤워 할 때에 화장실 문은 꼭 열어두고요, 화장실 근처에서 아이가 모두 마칠때까지 기다려요.)
8살이 되니 이제 어린이 몸에서 조금씩 벗어나는거 같아요.. 그래서 쉽에 아이의 몸을 만지기가 어렵더라고요. 성별이 달라서 더욱 그렇기도 할까요?^^;;
어쨌든 저는 아이가 나오면 스스로 몸을 닦게 하고 로션을 건네줍니다. 그러면 아이가 알아서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지요. 물론 등은 제가 좀 발라주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등쪽도 혼자 발라보겠다고 하네요.. 이런 모습을 보면 너무 빨리 자라는 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면서 얼른 크면 좋겠다는 상반된 마음이 듭니다.
씻고 나오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아이가 입을 속옷과 잠옷을 준비해 두었는데요, 이제는 아이가 옷장에서 직접 속옷과 잠옷을 꺼내 입을 수 있게 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너무 추워한다면 샤워 전에 미리 옷을 꺼내 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이 연습이 되고 습관이 되니 아이를 향한 쓸떼없는 잔소리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렇게 두어달이 지났더니,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엄마! 이거 해 줘! 저거 해 줘!" 라고 요청하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어요.. 물론 위에 나열한 일들은 단번에 된 것이 아니고 아이 스스로 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다닐때부터, 유치원을 다니면서 조금씩 연습했던 부분이에요. 가능하다면 어릴때부터 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성장할수록 <기본 생활 습관>의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자기주도성의 첫 걸음은 기본 생활 습관인 것 같아요. 얼마전에 아이의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부모교육 과정 수업을 두 달 들었었는데요, 배운 배용중에서 인상 깊었던 말을 공유해볼게요.
육아는 하면 할수록 <시간>과 <기다림>에 대한 제 자신과의 싸움인것 같아요. 여전히 아이를 기다리다가 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화가 나는 일이 부지기수고요.
그럼에도 '아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알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기도 해요. 한 마디로 아이가 밉기도 했다가 고맙기도 했다가 짬뽕같은 마음이지요..ㅎㅎ
어쨌든 우리 엄마들의 임무는요, 아이가 스스로 우뚝 설 수 있게 잘 돕는 일이지요?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려고, 마음 수련을 하려고 책도 읽었다가 동네 엄마들도 만났다가 글도 썼다가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육아 동지님들, 함께 힘내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