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4 빨래를 개다 울어버렸다

전업 육아맘의 고독함과 삶의 기쁨

by 글짓는맘

'워킹맘이 독한 줄 알았는데, 몇 개월동안 아이들과 집에 있어보니 워킹맘보다 더 독한 게 전업맘인 것 같다'는 어떤 워킹맘의 글. 후후, 웃음이 나왔다. 그럼 나는 독한 사람인가?


빨래를 개다가 실내 점프 장난감 위에 올려진 그림책이 보였다. 모두 잠든 깊은 밤, 창밖의 짙은 하늘을 보니 밝은 색이 보고싶어서 펼쳤다. 책 안에는 별이 한 가득했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페이지를 가슴에 꼭 안았다. 노란색의 환한 별들이 어두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만 보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이 제대로 살고 있는 거 맞냐고 수없이 되물어봤다.


가끔은 다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가 아니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이들을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자는 생각에 다시 아이들에게 향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연민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육아를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날도 많았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야기를 할, 내 이야기를 들어준 누군가가 필요했는데, 문득 BTS의 멤버 중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수고는 내 자신만 알아주면 돼요.’


그랬다. 내 자신이 나의 수고를 인정해주지는 않고 자꾸 다른 사람들로 부터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대한 나의 수고스러움을 인정받으려고 했으니 나는 갈수록 외로워졌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응원을 잘해주면서 정작 내 자신에게는 넌 부족하다고, 아이들만 보기로 결심했으니 일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더 열심히 봐야 한다고 나를 채찍질만 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워킹맘과 전업맘을 구분하는 것을 싫어했으면서 정작 내 스스로에게는 그 프레임을 갖다 씌우면서 집에 있으니까 더 아이들을 잘 돌봐야 한다고 내 자신에게 요구했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눈 앞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밟혀서 선택한 전업 육아의 길이다. 나란 사람은, 일과 육아를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잘 되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래서 육아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돌보는 엄마들이 부러웠고 솔직히 샘도 났다.


그렇다고 바로 일을 하러 나갈 용기도 없으면서 부러워만 했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 앞에서는 결코 부럽지 않은 척을 했다.


나는 빨래를 개다가 아이의 동화책을 품에 꼭 안고 울어버렸다. 눈부시게 밝은 별을 가슴에 안고 운다.

내 마음아, 내 마음아 환해져라, 환해져라. 나도 별처럼 밝아지고 싶어. 마음 깊은 곳까지 환해지고 싶어.

반팔 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는다. 훌쩍이다 또 소매로 닦는다. 나는 다시 빨래를 개고, 집을 정리했다. 나 잘하고 있다고 이제부터 내가 나에게 힘을 실어줘야겠다.


결국, 언제나 나를 일으킬 사람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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