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남겨야 할 내 삶의 굵은 가지는 무엇인가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만나던 친구라서 반가운 마음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친구는 나의 물음에는 대답이 없고 자기가 궁금한 것만 물어봤다. 나는 대답을 해주고 나서 재차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지만 묵묵 부답이었다. 아무리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지만 필요한 질문만 하고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무시를 하는 그 태도는 대체 무엇일까?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 친구와 보냈던 시간이 스멀스멀 떠올랐는데, 돌이켜보니 한참 자주 만났던 그 시기에도 내가 그 친구를 필요로 할 때에는 정작 연락이 잘 되지 않았던 기억들이 몇 조각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친구에게 어떤 사정이 있겠지,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일들이었다. 친구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고, 나는 신경이 쓰였다.
그깟 카톡으로 하는 연락이 뭐라고, 나는 자꾸 신경이 쓰였을까. 둘째 아이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이것저것을 들고 와서 나랑 놀자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와의 놀이에 집중이 잘 안되고 그 친구의 연락이 기다려졌다. 자꾸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깨닫는다. 그 친구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구나,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나를 찾았구나. 나름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좀 허무하기도 했고,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꼈었지만 그런 내 마음을 무시하고 그 친구가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계속 만났던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인간관계였는데 쓸 때 없이 나의 감정을 쏟고 있었다.
괜한 감정 낭비, 시간 낭비를 일으키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끊는 게 상책이다. 아무것도 아닌 인간관계에 괜한 마음을 쓰지 말고 내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한 번 더 쳐다봐야겠다.
싱크대 볼 옆에 수저통이 놓여있는데, 숟가락이 6~7 벌 정도 꽂혀 있었다. 수저통 안에는 식사할 때 쓰지 않고 남아도는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들로 꽉 차 있었다. 수저 3벌, 아이들 숟가락 3개, 아이 젓가락 1개, 포크 3개만 남겨놓고 모두 다 주방 베란다에 집어넣었다. 원래에는 식구 수대로만 수저통에 꽂아 놓으려고 했는데, 음식을 하다 보면 어른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 벌 쯤은 더 필요해서 여유분으로 수저 한 벌씩 더 넣어 놓았다.
드디어 수저통에 여유 공간이 생겼다. 음식을 하면서 양념재료를 넣고 간을 보면서 숟가락을 2~3개씩 썼었는데 이제는 숟가락 1개로 다 해결을 한다. 해보니 그게 된다. 밥그릇, 국그릇, 접시도 잘 쓰는 것들만 상부장 아래에 넣어 놓고 나머지는 모조리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넣었다.
요즘 식탁에는 매일 쓰고 내 마음에 드는 접시만 올려놓는다. 이렇게만 했는 데에도 설거지 시간이 단축되고, 주방이 정리가 된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니, 나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착도 했었다.
지금 내게 남겨놓아야 할 굵은 가지는 무엇인가? 육아, 자기 계발(일), 살림이 내게는 핵심 가지이다. 이것을 하기 위해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잘라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불필요한 살림, 불필요한 소비, 불필요한 감정은 미련 없이 정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내게 꼭 필요한 사람, 물건, 감정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집의 공간뿐 아니라 내 삶에도 비어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자. 꽉 차 있을 때에는 뭐가 중요한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내 마음에 빈 공간이 생기면 무엇이 중요한지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감정 낭비만 하지 않아도 육아가 훨씬 수월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낼 수 있다. 쉽게 생각해보면, 남편과의 사이가 좋은 날에는 아이들도 예뻐 보이고 아이들과 잘 지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편과 싸운 날이면 괜히 짜증이 나서 아이들의 재롱도 예뻐 보이지 않고 다 귀찮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그 무엇인가에 자꾸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면 내 삶이 불필요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이다. 그럴 때면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 없는 잔가지들을 과감하게 싹둑싹둑 잘라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