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가정보육을 포기했다

이런 엄마도 있습니다

by 글짓는맘

"일단 살고 보자!"


2020년 시작,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떠들썩거리기 시작할 때 무엇보다도 생존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두 아이들을 모두 집에 데리고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가정보육을 한 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시작은 야심 찼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내일 무엇을 하고 놀아줄까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신나게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해 주고 밥을 먹듯이 산책을 하러 나갔다.


내가 요령이 없는 건지 내가 한다고 준비했던 그 모든 활동들은 길어야 채 30분이 넘지 않고 치우는 데에만 2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놀아줄 것도, 놀아줄 힘도 나지 않아서 정말 ‘같이 있기’만 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났고 나는 아이들과 놀 자료를 찾는 대신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것은 글쓰기였다. 육아에만 지쳤던 내게 유일한 힐링이자 나의 감정 출구, 글쓰기. 글을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감정이 꽉 막힌 듯 답답한 기분마저 들었다. 글쓰기로 감정을 덜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려고 가정보육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는 육아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글쓰기를 기웃거렸는데,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나의 일’과 육아와의 적당한 균형이 필요한 사람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침의 글쓰기로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를 할 힘을 얻는 나였다. 잠을 10분 더 자는 것보다 글을 두 줄 더 쓰는 게, 나는 좋다. 그날의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계속 글감을 생각하고,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돈이 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가고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된 어느 날, 첫째 아이는 집에 있는 시간을 심심해했고 그렇게 잘 읽던 책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밖에 한 번 나가면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던 그때 나는 이제 유치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이러스만 아니었으면 할 고민조차 아니었을 텐데 바이러스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에 언제까지고 두려워서 숨어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최대한 데리고 있으려고 했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의 걱정을 끝이 없었다. 또한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걱정되지 않아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이고 일을 하러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집에서 제대로 돌보지 않을 거면, 그리고 이제 아이에게도 친구가 필요한 이 시기에 나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필요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도 너무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늘 목이 말랐다. 지금 너는 아이들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무리 주변에서 말을 해줘도 나는 늘 충분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나의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누르고 있었다. 일에서 어느 정도의 궤도를 잡기 전까지는, 그리고 일을 하려면 일정 시간은 일에 매진해야만 하고 어느 한쪽이 희생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일을 하러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나의 갈증을 결코 육아로 채울 수는 없었다. 그 갈증을 해결하고자, 육아를 더 잘해보고자 시작한 글쓰기였다. 이제 글쓰기와 나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글이 나를 쓴다. 너는 이런 사람이라고 글이 나를 알려준다.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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