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만 하고 싶은 엄마의 하소연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다. 대충 집안을 정리하는데 첫째 아이는 기차놀이를 하고 싶다고 온 집안의 의자란 의자는 다 꺼내와서 거실에 주르륵 나열을 하고 있었다. 금세 의자로 꽉 차 버린 거실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고구마 맛탕을 해 주려고 주방에 가서 고구마를 깎고 있었는데 그새 첫째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둘째 아이가 첫째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나 보다. 갑자기 들리는 울음소리에 달려가 보니 첫째 아이가 손을 씻던 비눗물을 둘째 아이에게 부어버린 상황이었다. 순간 화와 짜증이 밀려왔고 나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채로 둘째 아이의 얼굴을 얼른 씻겨주고 수건으로 닦으면서 첫째 아이에게 냅다 소리를 질렀다. “비눗물을 동생한테 부으면 어떻게 해!” 첫째 아이는 쭈뼛거리며 “내가 머리 감겨줄까? 했더니 응!이라고 해서 머리 감겨주려고 했지”라고 말을 한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는 “그래도 비눗물을 사람한테 뿌리면 눈이 따갑고 아프단 말이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마.”라고 말을 하고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누를 몸에 바르는 첫째 아이. 샤워를 하겠다고 해서 물을 틀어주고 나오는데 짜증이 났다.
둘째 아이를 달래서 내 옆에 두고 다시 고구마를 깎는데 필러에 고구마 껍질이 들어가서 고구마가 잘 안 깎였다. 힘을 조금 주어서 다시 고구마 껍질을 깎으려는데, 힘 조절이 안되었나 보다. 고구마 껍질을 깎으면서 내 손가락도 살짝 같이 베어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베어서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 밴드를 붙이니 그제야 얼얼하고 따가웠다. 나의 짜증이 내 손에 있는 필러에게도 전해졌나 보다. 짜증은 왜 내고 그랬을까. 다 내가 아이들을 잘 보지 못한 탓이었는데. 역시 짜증은 화를 불러온다. 어휴 이럴 때면 밥이고 뭐고 나는 아이들만 보고 있고 음식은 다 시켜 먹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집안일을 하느라 아이들과의 시간을 놓치는 때도 상당하다. 삼시 세끼를 한다고 아이들끼리 놀게 할 때에도 있고 아이들의 필요에 바로 달려가지도 못할 때도 많다.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첫째 아이는 자기가 엄마를 부르면 매번 바로 오지 않고 기다리라고 한다고 불만이 많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자꾸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에만 나를 그렇게 찾는다. 두 끼는 대충 먹고 한 끼는 아예 밥을 사 먹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집밥이 최고라는 생각에 매일 밥을 사 먹이 지는 못하겠다. 집이 좀 더러워도, 빨래를 좀 못해도, 설거지를 안 해도 아이들과의 시간을 먼저 보내는 게 아이들에게 필요한데 그게 그렇게나 어렵다. 집에 있어도 하루 종일 뭐가 그렇게 바빠서 종종걸음으로 다니는지, 아이들과 같이 있어도 왜 나는 “잠깐만!”이라는 말을 연발하는지 반성이 필요한 요즘이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육아’만 하고 싶다. 나는 육아를 하기 위해 집에 있는 건데 7할은 집안일에 쩔쩔 매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매일이 선택의 연속이고 그럴수록 우선순위가 더욱 필요하다. 오늘 나의 손가락 상처는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는 교훈을 알려준 셈이다. 쓸데없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집안일을 잘해야겠다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오늘이 되길 바라본다.
아이들은 금방 큰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내가 되길.
아이들은 부모가 전해주는 모든 것을 먹고 자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주었을까,
귀찮음과 미움의 차가운 눈빛을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