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마음으로 하는 육아

너의 마음속으로 걸어들어간다

by 글짓는맘


육아는 돈으로 하는 줄 알았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국민 장난감’이라고 부르는 몇 가지 장난감들을 집안 곳곳에 나열했다.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슬쩍 발을 뗄 때마다 필요한 장난감을 하나씩 추가로 더 샀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보고 반짝 관심을 갖더니 이내 흥미가 떨어져 다른 장난감으로 눈을 돌렸고, ‘이게 재미가 없나? 다른 걸 한 번 사볼까?’ 하는 생각에 새롭고 신기한 장난감을 사고 또 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집은 장난감으로 수북해졌다. 아이가 점점 잘 걷게 되면서 아이는 수많은 장난감들 보다는 거실 한쪽에 놓인 몇 권의 책 앞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이를 끌어안고 수백 번은 읽은, 너무 많이 봐서 너덜너덜해진 그 책을 아이는 더 좋아했다. ‘장난감 살 돈으로 책을 더 사줄 걸. 책을 더 읽어줄 걸.’


안 그래도 좁았던 거실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질러진 장난감을 보면서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 장난감을 샀던 게 아니었다. 아이가 좋아하겠지 라는 핑계를 대고 물건을 사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을 즐겼다. 돈을 내 마음대로 써 본적이 거의 없었기에 아이 핑계를 대고라서도 마음대로 돈을 써보고 싶었던 숨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돈은 보람도 없고 집안을 쓰레기로 가득 채울 뿐이었다. 그 누구를 위한 소비도 아니었던 것이다. 정작 아이는 해질 대로 해져진 책을 더 좋아했는데 말이다.


더 이상 새로운 장난감을 사지 않았다. 이미 장난감에 물이 들어서 마트에만 가면 이 장난감, 저 장난감, 항상 새로운 것만 찾는 아이와 마트에 가는 것도 그만두었다. 대신에 아이와 산책하는 시간을 늘리고 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하려니 피곤했다. 집에 장난감이 많으면 아이가 이 장난감 저 장난감으로 노는 동안 나는 좀 쉴 수 있었는데, 끝없이 책을 읽어 달라는 요청에 목이 아팠고 산책을 나가면 들어오지 않으려는 아이와 한참 동안 씨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의 삽화를 보면서, 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반짝거리다 못해 영롱해지는 아이의 눈빛을 보면 나는 책을 읽어주는 것을 그만할 수 없었다. 목이 터져라 하고 책을 읽어주었다. 그제야 아이의 행동이 쏙쏙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함께 있지 않았다. 장난감에게 아이를 맡겨 두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점점 더 크면서 아이는 그 어떤 새로운 물건 보다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을 녹였고, 사랑을 표현했다. 아이는 안다. 엄마가 대충 말을 하는지 진심으로 말을 하는지. 아이는 엄마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다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런 아이를 외면했다. 귀찮아서,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 봐야 하는데 그러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육아는, 아이의 마음속으로,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적어도 아이가 어릴 때에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돌보고 싶은 그 마음, 아이의 사소한 행동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마음 말이다. 장난감으로 가득한 집에서는 아이의 진짜 마음과 나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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