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엄마는 곧 작가가 될, 글쓰는 사람이란다

매일 글을 쓰는 이유

by 글짓는맘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든 늦은 밤이나,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인 새벽에 나는 글을 쓴다. 주제를 정하고 쓰는 글은 아니다. 글을 쓰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시 눈을 감고 당장 떠오르는 나의 생각을 바라본다. 눈을 떠서 워드를 열고 그저 생각이 나는 것에 대해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이 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내가 글을 쓰는 건지, 아니면 글이 나를 쓰는 건지 잘 모르겠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나의 손가락과 키보드가 글을 쓰는 주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의 머릿속 생각은 손가락을 도울 뿐. 글을 써야 하는데 도저히 무엇을 쓸지,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 날도 많다. 그럴 때면 머리를 쥐어짜는데 그래도 결국 글을 쓰고 마무리를 짓는 것은 나의 손가락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에 손가락에 내 마음을 맡긴다.


아, 아이들이 벌써 일어나버렸다. 아직 마치지 못한 글이 있는데 말이다. 이럴 때면 나는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만 꺼 놓는다. 아이들이 잘 놀거나 책을 읽고 있을 때 슬쩍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한 문장씩 생각나는 대로 나의 생각을 컴퓨터의 워드 화면에 뱉어 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두 아이들이 쪼르르 내 곁에 와서 앉아있다. 첫째 아이는 책상 위에 훌쩍 뛰어올라가 있고, 둘째 아이는 내 옆에서 안아 달라고 두 손을 위로 뻗치고 있다. “엄마 이것만 쓰고, 잠깐만!”이라고 외치지만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가 컴퓨터를 가지고 재미있는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아이들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까? “엄마 글 쓰고 있어.” “응? 글? 그게 뭐야? 왜 써?”라는 아이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글 쓰는 게 좋아서.”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엄마는 작가가 될 거야. 글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엄마는 엄마가 쓰는 글이 밥 먹여 주게 만들 거야. 엄마 이런 사람이야.”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멋진 엄마로 보이기 쉬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들여서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렵다. 누가 보지도 않고 심지어 돈도 되지 않는다. 집안일도 미루면서 글을 쓸 때면 괜히 남편에게 눈치도 보인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왠지 “매일 글만 쓰면 뭘 해, 돈도 안 나오는데.”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날에는 나 자신을 의심하기까지 한다.


“너 지금 뭐 하고 있어? 백날 글만 써봐라.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많고. 누가 네 글을 읽을 거 같아?”


나 자신을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워드에 단 한 글자도 적을 수가 없다.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쓴다.


글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없고, 써야 하니까 쓰는 거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나의 해묵은 감정 해소가 그 이유였다. 글을 쓰면서 하나둘씩, 양파 껍질을 벗기듯 나의 감정을 돌아보니 상처 받은 마음의 자리에는 어느새 딱지가 앉아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상처 딱지가 저절로 떨어지기 위해서 나는 글을 쓰고 쓰고 또 써댔다. 그렇게 쓰던 글이 이제는 내 삶의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글쓰기는 그렇게 나 자신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왕 쓰는 글, 보기 좋게 아주 잘 쓰고 싶다. 어제의 나의 글과 비교하자. 내 글에 자신감을 갖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고민만 하지 말고, 쓰고 쓰고 또 쓰자.


“엄마는 작가야. 글을 쓰고 돈도 버는 사람이야. 엄마는 글 쓰는 거 잘해. 너희들도 좋아하는 거 있으면 매일 해 보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매일 하다 보면 좋은 감정이 없어질 때도 있는데 그래도 그냥 매일 해봐. 하다 보면 길이 보여. 엄마가 너희들의 길을 응원할게!” 말로만 잔소리와 훈계를 하는 부모가 아닌, 나 자신이 아이들에게 산 증인이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닮고 싶은 사람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다.


언젠가는 이 말을 아이들 앞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손을 허리에 딱 얹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나는 매일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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