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뭐가 그렇게 쌓인게 많니?

아이의 '떼'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by 글짓는맘

집에 한 대 밖에 없는 붕붕카를 서로 타겠다고 실랑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자꾸 투닥거려서 분위기도 전환할 겸 첫째 아이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아이와 남편을 집 앞 슈퍼로 보냈다. 그렇게 하면 형이 잠시 집에 없을 동안 둘째 아이가 붕붕카를 타고 신나게 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둘째 아이가 “신발! 신발!”을 외치며 엉엉 울면서 현관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달래고 또 달래 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챙겨서 아이를 세 발 자전거에 앉히고는 후다닥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밀면서 첫째 아이와 남편을 찾았는데 안 보였다. 전화를 해보니 잠시 드라이브 중이라고 이제 곧 도착한다고 해서 슈퍼 앞에서 기다렸다.


집 앞 슈퍼로 바로 들어가면 좋았을 걸,

차에서 내린 남편은 어차피 같이 갈 거면 조금 먼 슈퍼로 가자고 했다. (집 앞 슈퍼에는 작은 장난감들이 많아서 아이가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곳이라, 웬만하면 자주 가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아이도 자전거에 잘 앉아 있어서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며 우리는 슈퍼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슈퍼에 가는 도중에 갑자기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가 앉아 있던 자전거에 앉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를 자꾸 밀어내는 것이었다. 갈 때에는 동생이 앉고 집에 오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네가 자전거를 타고 오자고 설득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의 떼는 점점 심해져서 길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윽박을 질러도 아이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마음도 헤아려주면서 충분히 설명을 해 준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우는 첫째 아이가 야속하기도 했고, 미웠다. 그러는 사이에 둘째 아이는 어느새 자전거에서 내려서 아빠에게 안겨 있었다. 이제 자전거가 비어 있으니 저 자전거를 타고 가자는 나의 말에 아이는 “이제 타기 싫어!”라며 안아 달라고 떼를 썼다.

“또박또박 알아듣게 말해야 엄마가 네가 하는 말을 들어줄 수 있어. 이제 네가 선택해. 엄마가 너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아니면 저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갔다 올까, 네가 선택해.” 아이는 울음을 갑자기 그치고는 꾸역꾸역 자전거에 기어올라 탔다.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세일 중인 호빵을 사고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 먹으면서 집에 돌아오는 그 길에 아이의 기분은 이미 좋아졌는데 문제는 나였다.


집에 돌아오는 그 길에다가 나의 기분을 내버리고 왔어야 했는데, 안 좋은 기분을 계속 매달고 있었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놀면서 나의 반응을 살피곤 했다. 영 웃음이 나질 않아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첫째 아이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 나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아이는 기분 좋게 놀다가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아이가 떼를 부리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내가 애초에 자전거를 가지고 나면 안 되었다. 자전거가 한 대이니 당연히 첫째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할 거라는 것까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팔이 아파서 둘째 아이를 안기가 힘에 부쳐서 나 편하자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던 나의 잘못이었다.

아이의 기분을 그렇게까지 나쁘게 만들 필요는 없었는데, 아이의 감정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데에 내가 일조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참 무거웠다. 좋은 감정보다 안 좋은 감정이 사람에게는 더욱 짙게 남으니까, 되도록이면 감정이 너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인데, 나는 나의 감정에 빠져서 그러지를 못했다. 아이의 감정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을 나도 어쩔 줄 몰라서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어쩌면 아이의 떼는 단지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느꼈던 억울함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했던 나의 한계도 여실히 보여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하지만 숨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것이 나의 현실임을 인정하고 다시 아이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만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하다. 사실, 바뀌어야 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인 나와 남편이다.


부모 노릇이 참 어려운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육아에세이] 엄마는 곧 작가가 될, 글쓰는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