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글쓰기와 육아

글쓰기를 좋아하십니까

by 글짓는맘


두 달, 60여 일간의 아침 글쓰기를 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되짚어본다. 매일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나의 경험과 감정을 곱씹는다. 밥을 꼭꼭 싶어 먹듯이 나의 감정을 하나씩 꼭꼭 씹어본다. 나의 생각과 감정이 잘 삼켜지는지, 소화 불량을 일으키는 음식처럼 내 마음에 콕 걸려있는 감정이 없는지 나를 살펴본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와 함께하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한다. 글을 쓰며 오늘의 내 마음과 행동, 내가 했던 말을 돌이켜본다.


글쓰기와 육아는 참 닮아 있다.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랬을까 싶었던 일들이 그 당시에는, 상황 속에 있을 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글을 쓰면서 회상하는 순간 ‘아,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걸’ 싶고, ‘아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걸, 이렇게 행동할 걸.’ 하는 아쉬운 순간들을 떠올리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육아와 글은 비슷하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다시 보이고 나의 아이가 새롭게 보인다. 나의 감정과 아이의 감정이 더욱 세심하게 느껴지고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다.


글쓰기의 좋은 점 첫 번째는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해소하고 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나의 글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으며 객관적으로 상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화를 엉뚱하게 아이에게로 내뿜는 일이 없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남편과의 문제로 기분이 나쁠 때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차갑게 대하고 괜한 일로 아이를 야단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이 인식이 되고 그 화는 차라리 남편에게 직접 말을 하면 하지 아이들에게 나의 화를 돌리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로 좋은 점은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일’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동안은 두리뭉실하게만, 또는 마음속으로 어떤 어떤 일이 하고 싶다고 뜬구름만 잡았었는데 글을 쓰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내가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과 달랐을 때 신선했고, 글로 쓰는 그것이야 말로 내가 해야 할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 하는 실행력뿐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좋은 점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에 분위기가 어색하면 그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어서 괜한 말로 웃음을 주거나 발랄하게 보이려고 노력을 했었고, 굳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런 척을 하는 즉, 비위를 맞추는 말들을 했었는데 더 이상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다소 어색하면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고도 그런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겼고, 단지 상대방의 기분이 좋으라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들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말들을 나의 선택에 의해서 입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이 세 가지가 글을 쓰면서 얻은 효과이고 삶의 큰 변화이다. 이 외에도 글쓰기의 좋은 점에 대해서 적어보라고 하면 밤을 꼬박 새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참, 글쓰기의 단점도 있다.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하나씩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의 밥을 차려주는 것이 조금은 귀찮아지게 된다. 집안일에 소홀하게 된다. 그럴 때면 집안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먼저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일이 ‘집 밥’이라서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나도 밥을 먹고 글을 쓴다. 그 다음에야 나머지 집안일을 한다.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너무 싫은 마음에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질 때 외친다. “그래도 애들 밥은 줘야지!”

단점조차 사랑스러운 글쓰기,

그래서 나는 매일 쓴다.



작가의 이전글[육아에세이] 뭐가 그렇게 쌓인게 많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