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를 하시나요?
아이들에게 엄마가 남겨 줄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무적으로 읽어주던 책이 어느 새 책을 읽는 습관이 되고, 아이도 책을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해서 꽤 많은 책을 샀고, 내가 읽어 주기도 하고 혼자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책장은 하나에서 세 개로 늘어났고, 책장을 더 늘리기에는 책을 둘 곳이 마땅치 않고 온 집이 책으로 쌓일 것 같아 새로운 책을 사는 것을 중단했던 때도 있었다. 한동안 책을 사지 않았더니 계속 집에 있던 책만 보던 아이는 어느 순간 책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았다. 책장을 훓어보다가 똑 같은 책만 보여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만화만 자꾸 보려고 했고, 나가서 놀기만 하려고 했다. 책을 읽어주려고 하면 “이거 읽었던 책이잖아!” 라며 책 읽기를 거부했다. 아니,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책에 꽂히면 그대로 퍼질러 앉아 책을 잘 보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책이 싫어진 것 같아 보이는 아이에게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을 몇 권 새로 사주었는 데에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이 나오는 책을 사달라고 내게 요구 했다. 로봇이 나오는 만화책이었는데 아직 글씨도 모르는 아이에게 만화책을 보여줘도 괜찮은가에 대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워낙 그 로봇을 좋아해서 그림이라도 보여주려고 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는 로봇 만화책을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질 않은 채로 일주일동안 내가 사준 로봇 책 두 권만 주구장창 읽어댔다.
책육아의 기본 조건은 집에 무조건 책이 많아야 하고, 영어책도 한글책만큼 많아야 한다. 하지만 책을 사면서, 그리고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내가 제대로 책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 맞나?'
'나는 왜 책으로 육아를 하는거지?
'아, 이 책 좀 비싼데 살까, 말까?'
다른 누구와도 경쟁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속도에 맞게 그리고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책육아의 핵심이다.
그런데 책육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꾸만 나의 욕심이 아이에게 스며든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가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책을 읽어주다가 큰 소리가 나기도 하고, 영어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유치원으로 옮겨볼까 하는 욕심이 불끈 솟아오른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기관의 힘을 빌려보자고 자꾸 내 스스로를 한계 짓는다. 아이가 관심도 없는 영어를 재미있게 접해 줄 방법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마구 들이 밀었으니 할 말이 없다. 아이의 눈높이 보다는 엄마의 기준에서 ‘이 정도면 좋아하겠지’ 라고 판단했던 나의 잘못이었다.
물론 재미가 영어에 대한 잠깐의 흥미를 심어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진득하게 붙잡고 오래 하려면 ‘재미’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무엇일지는 우선 나부터 영어책을 다시 집어 들어서 확인을 해봐야 알겠다.
또한 책을 사들이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나의 가치와 자주 상충하곤 한다.
집안에 책이 점점 늘어날수록 깔끔한 집을 원하는 마음과 책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매일 충돌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에 아이들 장난감을 줄이고, 살림을 더 줄여서 책이 많은 집이라도 최대한 깔끔하게 지내보기로 결정했고 현재 진행중이다.
아이들이 점점 더 커갈수록 책을 읽을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지금, 집이 좀 지저분 해지더라도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다. 어차피 아이들이 크면 책도 정리가 될 것이고, 집은 점점 깨끗해질 것이니까 말이다.
나의 책도 읽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언젠가 서로 마주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기울일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아이가 좋아하는 로봇 책을 읽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