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아이가 변했다

아이의 성장이 아쉽다면 지금 더 예뻐해주세요

by 글짓는맘

나와 한 몸 같았던 아이가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고작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변하면 얼마냐 변하겠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아이는 점점 내 곁을 떠나가고 있다. 유치원을 통해 아이의 사회적 인간관계가 늘어나면서 나와의 끈끈했던 유대감이 옅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도 이런데 더 크면 오죽할까.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녔던 것을 싫어해서 유치원에 적응을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을 했었는데 유치원은 씩씩하게 잘 간다. 살짝 서운하게도 선생님이 엄마보다 더 좋단다. 이제는 오히려 엄마 쪽에서 아이를 놓지 못하고 있다. 아이는 점점 커서 엄마의 손을 놓고 있는데 말이다.


아이가 유치원 입구에서 혼자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괜히 눈이 아리고 코끝이 찌릿거린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어서 그런가. 다 컸네, 다 컸어. 그동안 아이보다 조금 앞서서 아이를 이끌었다면 이제 나는 아이와 나란히 걷거나 아이의 뒤에서 아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는 이제 자기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더 이상 내게 부탁하지 않는다. 양말 신기, 식물에 물 주기, 장난감 건전지 교체하기 등 일단 스스로 해보고 잘 되지 않을 때에만 내게 부탁한다. 이제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에도 문을 닫는다. 엄마가 1초라도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목이 터져라 울어댈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지나고 보면 아이에게 잘해줬던 것보다 잘해주지 못했던 것만 잔뜩 생각난다.


밤에 좀 늦게 자는 게 뭐 대수라고 당장 잠을 자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듯이 빨리 자라고 그렇게 아이를 몰아세웠는지, 어쩌다 하루쯤은 유치원에 가기 싫을 때도 있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집에서 좀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에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이에게 뭘 알려주겠다고 유치원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가야 하는 거라고 매몰차게 말을 했는지 나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나도 어릴 때 그랬었는데, 딱 하루만 쉬고 싶었던 날들도 많았었는데,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도 당연히 그런 여유를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내가 배워왔던, 내가 해왔던 과거의 방식 그대로를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 무식한 엄마다, 정말.


나의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언제나 엄마를 용서한다.


아이는 내게 사랑을 표현하고 부족한 게 많은 엄마인데도, 맨날 소리만 버럭 지르는 엄마인데도 절대로 멀리 가면 안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주말 아침,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혼자 산책을 하러 집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 한 시간 정도 걷다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일어났는데 엄마가 안 보여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이런 사랑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아이에게 받는 사랑은 온 우주로부터 온갖 따뜻하고 예쁜 빛이 나를 감싸 안아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점점 나의 곁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부모로부터 뚝 떨어져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면 지금 당장은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아이의 자립이 결국 교육의 목표임을 알기에, 아이가 자립하는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우리는 천천히 연습 중인 것이다.


언젠가 아이의 홀로 선 그 자리 뒤에서 나는 아이를 위해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를 할 것이다.

‘우리 아기, 이렇게 컸구나. 고마워. 잘 살아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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