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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Mar 18. 2021

#1. 수저통을 매일 닦으면 생기는 일

살림을 좋아하지 않는 주부입니다만,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수저통을 닦으면서

오늘도 내게 맛있는 밥을 선물해준

숟가락과 젓가락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잠을 자고 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듯

수저통을 매일 닦았더니

‘내가 이 주방을 관리하고 있구나’싶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저통을 닦았는데,

물때가 낀 수저통이 보기 싫어 외면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저통을 닦는다.


수저통을 닦으며 오늘 하루를 떠올리고,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고

오늘 하루에 감사한다.


이것은 억지로 되는 마음이 아니다.


정말이지, 수저통을 매일 닦았더니

저절로 생겨난 마음이다.


나는 사실, 살림에 별로 관심이 없다.

주부이지만 살림에 흥미가 없다.


하지만 이왕 하는 살림을

가볍고 깔끔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살림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살림에 조금 더 관심을 갖기 위해서이다.


살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하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글의 내용도, 글의 말투도.


나는 매일 수저통을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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