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토피와 함께 살아가기.놀고! 걷고!뛰고!
부부 사이가 좋아야 아이의 아토피도 개선된다
참 많이도 걸어 다녔다. 첫째 아이는 유모차를 잘 타지 않아서 돌이 지난 후부터, 그러니까 조금씩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줄곧 나와 함께 걸어 다녔다.
봄에는 개미를 구경하고, 꽃을 구경하러 동네 이리저리, 여름에는 동네의 분수대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가을에는 낙엽 밟는 재미에, 겨울에는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걷다 보면 길의 한 부분이 살짝 얼어서 미끄러운 곳에 발을 비비며 걷는 재미로 걸어 다녔다.
처음에는 지루했다. 아이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놀이터에서 아무리 오래 놀다 와도 집에 오면 점심시간이었다. 그래도 밖에서 노는 것이 아이의 피부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아토피에 관련된 여러 책에서도 밖에서 햇볕을 쪼이며 노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을 하고 있었던 지라 그것을 알고 있는 한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루했지만 매일 나갔고, 나가다 보니 점차 몸에 베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던 길가의 수많은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점차 눈에 들어왔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보이게 되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아이 못지않게 어느새 나도 밖에 나가서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던 30개월부터는 산책의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틈나는 시간을 붙잡아 주말이면 산으로 계곡으로 공원으로 자연을 찾아다닌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 갈까? 여기로 한 번 가볼까? 저기로 한 번 가볼까?’ ‘음.. 여기가 좋을 것 같아. 여기로 가자!’ 남편의 검색과 나의 승인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서로의 관심사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새삼스레 다시 알게 되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차를 타고 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넌지시 들여다보는 것은 덤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에게 억울했던 점, 또는 내가 돌아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상황들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우리 부부는 조금씩 서로를 잇는 끈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 사람이 줄을 잡아당긴다고 그쪽으로 끌려가지 않았고, 반대로 서로의 줄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팽팽해졌을 때에는 잠시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나는 한결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고, 아이는 그렇게 외출을 하고 온 날이면 피곤해서 그대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잠을 자느라 가려운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밤에 긁는 횟수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