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열어주는 대화

by 솔트다움 박연희

“더 잘해보기 위해 다음에는

어떤 시도를 더해볼 수 있을까요?”


고객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입을 꾹 다문 채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머릿속에 떠올라 있는 이야기를

내뱉지 않으려는 듯 보였습니다.


질문만 놓고 보면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대화의 흐름이

문제 중심으로 기울어 있었고,

그 시점에서 던진 질문은

코치의 의도가 짙게 드러나는 듯

느껴졌을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잠시, 짧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에고가 앞섰던 포인트로 돌아가,

지금까지 고객이 열심히 해온 마음 안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어떤 마음이 있기를 원하는지,

그 마음이 있다면 협력의 장면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 변화가 이후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런 변화의 모습이 조직 안에서는 어떻게 인식될지.


질문을 이어갔고

그때서야 대화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어딘가에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대화에는 충분한 ‘인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열심히, 잘하고 있는 고객을

흠뻑 칭찬하고, 격려하고, 인정해 주었다면

그날의 대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성장하려는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어도

그 순간은 분명 저에게

합의되지 않은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고객의 정체성, 인식, 스타일을 존중'한답시고,

'고객의 재능과 통찰, 노력을 인정’이 부족했습니다.


그 깨달음이 왔을 때 또 다른 코칭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늘 부족해요. 달라져야 해요.”

말하던 고객에게 저는 그 순간 느껴지는 대로,

“끊임없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십니다.”

라고 '인정'의 말을 해드렸습니다.

그러자 고객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였고,

그 순간 저는 마치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코칭다움을 위해

강조되는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그래서 ‘스킬’이라 불리는 것이구나.


알면서도 그 모든 것을 밸런스 있게

충족시켜 가는 일이 왜 이렇게 쉽지 않은지.


스킬이라고 단순히 기계적으로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몸에 배어 나의 태도와 오감이

온전히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깊이 되새깁니다.


<ICF Core Competency Model>
B. Co-Creating the Relationship
4. Cultivates Trust and Safety
3. Acnowledges and respects the client's unique talents, insights and work in the coaching process. 코칭 과정에서 고객의 고유한 재능, 통찰 및 노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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