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미안해

엄마도 모르게 자라 있는 아이들

by 솔트다움 박연희

"꺄악!!!!!!"

대형 사고다. 큰아이가 코로나 집콕 시절 애지중지 손수 만들었던 그림책에 동생이 낙서를 한 것이다. 그것이 두 아이에게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나는 둘 중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음이 되어 버렸다.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 큰 아이를 뒤로하고 거실로 뛰어나가 본인 베개를 때리며 혼잣말로 "화나"를 반복하는 둘째 아이에게 달려갔다. "누나가 누나 꺼에 그림 못 그리게 해서 서운해?" 물었지만 대답을 못한다. 그리고 계속 베개에 머리를 비벼댄다. "서운한 거야 미안한 거야?"라고 물었다. 여전히 대답은 없지만 "화나"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 큰아이는 그 상황에서 동생에게 간 엄마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쥐어짠다. 그러고는 안방 구석에 숨어버렸다.


둘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달려간다. "누나! 어디 간 거야!" 누나를 찾더니 숨어있던 누나를 발견하고는 누나를 안으며 개미 목소리로 "누나 미안해." 한다. 그리고 큰아이는 미안하다는 동생의 한마디에 화가 눈 녹듯이 풀려 동생을 안아준다.


엄마는 그 장면에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공들여온 그 그림책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동생에게 달려간 엄마에게 많이 서운했을 것도 아는데. 동생이 달려와 사과한다고 한 번에 화를 풀어주는 큰아이도.


오래간만에 그림 좀 그린다고 몰두하느라 평소 건드리지 않던 누나 그림책에 호기심이 생겨 몇 번 그었기로서니 소리를 지르며 우는 누나가 원망스럽고 서운했을 텐데, 서운한 것도 잠시 이내 달려가 누나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작은아이도.


어른인 나보다 낫구나 싶었다.


오늘도 난 나를 일깨우는 작은 영웅들의 꼼지락 거림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설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주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충분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