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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Apr 08. 2023

쉼을 모르는 엄마들

쉼, 너 참 낯설다

"내가 쉬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요."
"무엇이 쉼인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목적이 있는 쉼 디자인 코칭 OT 인터뷰 中 -


파르르 시큰거리는 마음 한 귀퉁이가

엄살인 줄만 알았다.


내가 엄마로서 보여줘야 하는 뒷모습은

열심히 사는 모습뿐인 줄 알았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만을 바랬을 뿐

내가 나를 알아주고 보듬어줄 수 있음을 몰랐다.


- 네 얘긴 줄 알았던, 내 이야기 -



드디어, 쉼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 눈에 엄마는 가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엄마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 엄마는 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그동안 책과 일에 파뭍혔던 시간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일에 대해서도 엄마에 대해서도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해야 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심각하게는 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쉬는 방법도 몰랐고 쉼을 위해 시간적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미련하리만큼 고강도의 성실함을 암암리에 강요하는 사이 난 내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잃어갔다. 깊이 생각하고 영감을 얻고 미지의 나를 만나 기뻐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점점 없어졌다. 몸도 마음도 가뭄이 들어 쩍쩍 갈라짐을 느낄 때쯤, 문득 이제는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잘 쉬는 모습은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는 말이 이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건강한 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확신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에너지로 충전이 되는 쉼 말이다. 나를 차분히 들여다보아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나의 면면을 발견함으로써 나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에게 꼭 맞게 디자인한 쉼 리추얼로 영감과 통찰을 얻어 자존감까지 단단해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날이 갈 수록 마음 한켠이 가벼워져서 삶을 사는 자세와 세상을 대하는 시각도 긍정적이 되는 그런 쉼을 원했다. 그렇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보다 훨씬 여유 있고 우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살고 싶았다. 삶을 느끼고 싶었다. 할 일에 쫓기면서 "나 바빠"로 알량한 자존감을 세워가는 껍데기 같은 하루하루가 아니라 공기 중에 반짝이는 달짝지근함을 맡으며 심장의 콩 딱 거림에 짜릿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방향을 정하고 나니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시대적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MZ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코비드 블루, 번아웃을 외치고 있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 크게 한 몫 한 것이리라. 일을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고 벌일 수 있는 탓에 내가 일을 하고 하지 않음에 환경 탓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온라인이 주었던 유비쿼터스라는 장점이 코로나로 온라인 강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전처럼 '주말에는 쉰다'라는 개념조차 희미해져 있었다.


번아웃은 '우리'의 문제였다. 돕고자 하는 코치로서의 본능이 발동했다.


블로그 코칭 고객 모집글 中


이 매거진을 계기로 '엄마'인 사람들을 먼저 코칭 고객 겸 인터뷰이로 모집했다. 모집글을 쓸 때 떠오르는 고객들에게 의향을 먼저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YES. 내가 먼저 묻지 않았지만 마음에 계속 맴돌던 고객들과도 자석 붙듯이 철컥 연결이 되었다.




그녀들, 우리의 첫 만남



우리 사이에 약속이 필요했다. 오랜 고객들이라 서로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녀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안전하게 만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사인을 해서 건네준 그녀들에게 코칭에 대한 설명을 다시금 해 주면서 코칭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 이 글에서는 그녀들에게 가명을 지어주기로 한다.)


Q

'쉼'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나요?


A

[Mia] 준비 단계, 안정감,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현실은 쉼도 일도 맘 처럼 안 되는 '대기상태'입니다. 아이가 있으면 일이 안되고 아이가 없으면 쉬고 싶은데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아요.


[Chloe] 필요하지만, 쉼표는 마침표라는 마음의 압박이 있어요. 이 불안감을 어떻게 잠재우고 제대로 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무엇이 쉼인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Beyon] 늘 바쁜데 결과가 없으니 쉬는 게 눈치가 보여요.



쉼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마음에 해결되어야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기 전에는 그것이 그저 '인간은 쉼이 필요한 존재'라는 인지적 결단이라고 생각했었다. 쉼을 미루는 습관적 고착이 해결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들의 마음은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일과 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녀들과 쉼을 이야기하기로 하고는 막상 일과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목표에 도달했다 할 만한 성과가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호된 평가 때문에 '나 이제 좀 쉬어야겠어, 쉬어도 돼, 쉬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일을 한 차원 더 뛰어나게 잘 하고 싶다면 제대로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고객들에게 코칭을 제안하고 맨 처음 모집할 때부터 일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들을 타깃 했다. 코칭의 이름이 '목적이 있는 쉼 디자인 코칭'으로 발전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니 정작 나는 쉼이 삶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일과 쉼을 딱 나누어서 열심히 일하고 성취감 끝에 행복을 느끼고 난 후! 일한 당신 멋지게 떠나라! 가 아니었다. 결론은, 사람들마다 원하는 쉼의 모습은 다.르.다 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코치인 내가 먼저 받아들여야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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