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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Aug 23. 2023

여행이 성찰이 되기까지

쉼을 선물로 만드는 방법

오랜만이다. 이번 생애엔 다시없으려나 싶었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공항에만 가도 큰일 날 것 같던 공포는 어디로 가고 시간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사람의 부정적인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마저도 희석시켜 버린다.

 

지난 여행 이후로 한 세기는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내 몸은 예전에 여행짐 싸던 순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옷 - 약과 화장품 - 세면도구 - 충전기 등에다가 이번 여행엔 노트북이 추가되었다.

[여기서 잠깐! Tip!] 아이들과 해외여행 시 반드시 챙기는 것들
- 손톱깎기... 손질이 필요한 손톱 발톱을 발견하게 되면 여간 걸리적거리는 것이 아니다.
- 치실이나 치간칫솔... 음식물이 이 사이에 끼어 빠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치통을 느끼기도 한다.
- 듀오덤과 작은 가위... 아이들이 다친 상처에 듀오덤은 물놀이까지 가능하게 하는 만능이다.
- 안연고와 리도멕스... 알레르기 반응으로 붉게 올라오거나 모기에 물리는 등에 두루 쓰인다.
- 샴푸... 자칫 잘못 만나면 머릿결에 두피까지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 클렌징폼... 다 있어도 클렌징폼 있는 숙소는 없더라.
- 때수건... 땀나고 간지러우면 샤워만으로는 부족하다.
- 각자 책 한 권씩... 아이들이 책을 잡는 기적을 보게 된다.


여행할 때 계획을 촘촘하게 는 가족이 아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주일에 여행지에 있는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1층 쇼핑센터에서 장보고 아침 먹고 돌아와서 예배드리고 지금은 큰 아이와 신랑이 마사지를 받으러 간 동안 둘째는 방에서 혼자 놀고 나는 글을 쓰는 이런 일정도 가능하다. 우리가 방에서 꼼지락 거리는 동안 거실이며 주방 설거지며 방 청소기 돌리고 수건을 갈아주시니 잠시 여기가 천국인가 싶고. (아침 먹다가 큰 애 첫 어금니 발치해 주고 아침 먹고 돌아와 또 짜장범벅을 드신 아아들의 디테일은 양념이다.)


내가 여행길에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단연 '육아'다. 아이들이 클수록 내 여행길이 한가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코치답게 질문도 던져본다. 쉼표는 쉼표 그대로 놔두지 뭘 또 참.... 싶을지, 다음에도 질문을 던지게 될지 일단 질문과 대답의 저글링을 해보고자 한다.

 


Q. 이번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많이 컸음을 확인했다. 여행을 즐길 줄 알고 밤이 되어도 "이제 집에 가서 자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이야기하고 한국말이 통하지 않으니 한마디라도 뱉는다. 일정을 빽빽하게 잡아서 다니지 않아도 집을 떠난 상황 자체를 즐길 줄 알고 상황에 맞게 놀이를 찾아 시간을 보낸다.


여행의 의미를 떠올리며 아이들에 대한 부분들을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을 보고 내 삶이 그동안 얼마나 육아 중심적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의미를 언급할 때 아이들을 가장 먼저 언급하게 되는, 나는 엄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베트남어를 배워볼까?', '언젠간 OO랑 함께 목표가 있는 여행을 기획해 봐도 좋겠다', '여기엔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여기엔 코칭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이다.



Q. 머릿속, 짐 속에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두고 갈 것인가?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챙기고,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을 두고 갈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마음을 뺏기는 번잡스러운 마음을 두고 가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시선을 두는 작은 마음을 눈에 잘 보이게 꺼내어 들고 갈 것이다.


짐이 가벼워야 인생이라는 여행길도 힘들어지지 않는 법. 꼭 챙겨야 할 것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내려놓자.


결국 내가 살고 싶었던 쉼의 모습은 중심이 잘 잡힌 삶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운동이 필요한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Q.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배가 터질 듯이 먹던 현지 음식들을 제친 보물이 하나 있다. 우연히 발견하고는 이번 여행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찬양이 바로 그것이다.


조금 느린듯해도 기다려주겠니

조금 더딘듯해도 믿어줄 수 있니

네가 가는 그 길 절대 헛되지 않으니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아가주겠니     

이해되지 않아도 살아내주겠니     

너의 눈물의 기도 잊지 않고 있으니     

나의 열심으로 이루리라


부르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울컥할 수 있다는 특송 금지곡.


살아냅시다 여러분 :)






언제부턴가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지낼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결론은 연어처럼 원래 살던 곳으로 회귀한다. 그럴수록 더 나를 Comfort zone 밖으로 내던지는 '질문'들을 해보자. 감사의 조건을 찾고 꿈의 한계를 허물고 '나'로 살아감에 있어 더 자유로워지는 발버둥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여행의 시작에 쓰기를 시작하고 여행이 끝날 때쯤 마무리를 한 글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쉼과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쓰며 일과 삶을 빚어가고 싶던 저에게 참 다행스러운 발견입니다.


여러분이 발견한 나만의 쉼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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