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면

Seize the day : 나에게 일어난 멋진 일들

by 루틴포미


호캉스 이틀째, 아침에 일어나 남산에 일출을 보러 다녀왔다. 급 내린 결정이었다. 일출이 보고 싶었고 마침 근처에 남산이 있었다. 아직 버스가 없는 시간이라 따릉이를 빌려 타고 남산공원 근처로 이동했다. 나를 맞이하는 선선한 바람이 아직 채 떨궈내지 못한 졸음을 쫓아내어 주었다.


남산공원에 도착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획에 없던 등산이라 다른 선택권 없이 입고 간 긴 면바지와 긴 셔츠가 땀으로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을 때, 살짝 후회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해가 하늘을 열고 황금빛 햇살을 하늘에 펼쳐 놓기 시작하는데 '아!'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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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왜 왔을까'가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로 변하고, 그냥 모든 것이 감사스러워졌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은 아름답다. 모두의 하루가 아름답기를 바라는 신의 선물인 것일까. 그동안 자주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장소에서 일출을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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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에 도착할 때 즈음 해가 완전히 지평선 위로 올라왔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아주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을 두고, 맨날 여행 못 가서 아쉽다고 툴툴댄 것에 반성했다. 멀리 떠나야만 여행은 아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나를 마주한다면,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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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아침운동을 하러 나왔는지 컬러를 맞춘 운동복을 입은 커플이 서울을 감상하고 있다. 그 뒷모습이 왜 이리 다정해 보이고 보기 좋은지. 그들이 오래오래 예쁜 사랑을 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아쉽지만 이제 내려갈 시간. 올라갈 때 조금 피곤했기에 내려갈 때는 버스를 타고 내려갈까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출 시간을 놓칠까 급하게 나오느라 그랬는지 신용카드를 객실에 두고 왔다. 폰도 배터리가 없어 꺼져 버린 지 오래이다. 피곤하다고, 너 바보냐고 투덜대는 마음을 다독이며 산을 내려오는데, 해가 다 뜨기 전에 정상에 가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아침 숲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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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숲은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찌르르 찌르르 벌레들이 잠들어 있던 숲을 깨우고, 째잭째잭 새들의 아침 수다가 한창이다. 가을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이제 막 선선해진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나에게 손을 흔들어 온다. 아침의 한강은 시린 하늘색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볼 수 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행복은 손에 닿을 거리에 언제나 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위해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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