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마존 언바운드> 리뷰
19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곧 미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다만 당시만 해도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1949년이 되어서야 그걸 되었다고 하죠. 얘기를 듣고 캘리포니아로 몰려간 사람이 25만 명이라는데, 이들을 포티나이너(49e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황금을 좇아 떠난 49년 세대라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이른바 '골드 러시'는 캘리포니아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기록에 따르면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에서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하죠.
문제는 이겁니다. 골드 러시 붐으로 금을 캐러 뛰어간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금을 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죠. 오죽하면 실제로 돈을 번 건 광부들이 입는 리바이스 청바지와 곡괭이 제조사뿐이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골드러시 사태가 요즘에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AX이니 DX이니 하는 AI 광풍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1950년대 캘리포니아가 그랬듯, AX 열기 속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절대 강자 아마존 웹 서비스(AWS)죠. 그래서 오늘은 이 책을 소개합니다.
제프 베이조스라는 역사적인 사업가가 만든 거대한 생태계 이야기, 아마존의 모든 것에 관한 집요한 취재의 결과물, <아마존 언바운드>입니다.
발명은 우리의 DNA안에 있는 것이고, 기술은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 제프 베이조스가 2010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
널리 알려졌듯이 아마존닷컴은 1990년대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도서 판매로 시작했다가 곧 아이템을 늘려 세상 모든 것을 파는 초대형 이커머스가 되었죠. 이 이야기는 브래드 스톤이 취재해 2014년에 내놓은 책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아마존 언바운드>는 브래드 스톤이 내 놓은 아마존 시즌 2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아마존은 2010년대부터는 어떤 혁신을 했는가가 주요 주제지요. 그리고 이야기는 2010년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사무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도서 판매로 시작한 아마존은 어느새 IT 거물이 되어 '킨들'이라는 이름의 전자책 단말기까지 성공시킨 회사가 되었죠. 그런데 킨들을 놓고 경영진간 의견 대립이 발생했습니다. 킨들에는 마이크가 달려 있지만 별 쓸데가 없었으므로 다음 버전에서는 마이크를 없애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 베이조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언젠가는 기기와 대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므로 마이크가 필수 요소라고 본 것입니다.
챕터 1은 이렇게 아마존이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음성비서를 어떻게 기획하고 제품화했는지의 긴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렉사가 딱히 존재감이 없지만 미국인 동료들하고 얘기해보니 알렉사의 존재감이 엄청나더군요. 책은 베이조스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요구와 가혹함 그리고 통찰을 가지고 팀을 이끄는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하나의 서비스가 지배적인 파워를 가지려면 제작사가 얼마나 몸을 갈아 넣어야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입니다.
아마존의 다른 분야에 있는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알렉사의 임원들도 CEO가 보내는 문제제기 이메일을 수시로 받았다. 그는 고객들이 제기한 불만사항에 물음표 하나를 붙여 포워딩했고, 이걸 받은 당사자는 24시간 이내에 베이조스에게 답장을 해야만 했다. 그는 또한 회사 내에서 가장 열심히 알렉사를 전도하며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임원들을 만나면 "당신은 알렉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바로 몇 년 전에 AWS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을 했다. 회사 내의 모든 사람이 S팀에 보내는 OP1 q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다음 연도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알렉사에 대한 내용도 반드시 포함해야만 했다.
- 챕터 1 '초인적인 제품 관리자' 중에서
책은 이어 아마존이 해외 진출을 위해 분투했던 장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도, 멕시코.. 모두 경쟁이 강한 어려운 시장입니다. 게다가 환경도 너무 빨리 바뀝니다. 어떤 베테랑 경영진이 맡아도 어려운 게 바로 이 해외진출일 겁니다.
이 문제를 풀어가며 베이조스는 경영진에게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준하고, 조준하고, 조준한 다음 총을 쏜다. 여러분은 쏘고, 쏘고, 쏜 다음 조준을 바꿔라. 이 정신은 아마존이 강조하는 리더십 원칙 중 "행동 편향적이 되어라(Bias for Acition)"에 잘 드러나 있는 것 같군요.
다음으로 눈여겨 본 대목은 AWS를 다룬 챕터 4입니다. 앞서 제가 골드러시에 진짜 돈을 버는 소수로 표현한 바로 그 사업부문이죠. 혹시 AWS가 뭐하는 곳인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포스팅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2014년 아마존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인도니 멕시코니 하며 외형은 늘려가고 있었지만 정작 재무상태표가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2014년의 손익은 마이너스 2억불을 넘었으며 시가총액은 그 전년 대비 20퍼센트나 감소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15년, 아마존은 월스트리트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발표를 합니다. 바로 비밀스럽게 유지되던 AWS의 이익이 엄청 크다는 사실이었죠. AWS가 어떤 잠재력을 가졌는지 발표된 뒤 1년만에 아마존의 주가는 두 배 이상 뛰었고 대주주인 베이조스는 이때 처음으로 세계 5대 부자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니 아마존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이 회사의 큰 부문인 AWS 얘기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군요.
아주 쉽게 비교하면 아마존의 본래 사업부분은 쿠팡에, AWS는 NHN Cloud에 비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많이들 오해하시는 것과 다르게 아마존과 AWS는 같은 회사입니다. 한 회사에 이커머스와 클라우드 등으로 사업부문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죠. 바로 이 구조 때문에, AWS는 딱히 자신들이 얼마나 버는 사업인지 공개하지 않은 채 10년간 사업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쟁사가 클라우드 사업의 매력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아마존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는데요,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한 것도 이를 비밀스럽게 유지한 것도 정말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AWS의 초창기 임원들 중에서도 일부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거의 알지 못했다. "이 비지니스는 언젠가는 정말 커질 텐데, 아마도 매출액이 10억 달러 정도는 될 거야." 아마존의 제품관리자인 매트 가먼이 2006년의 언젠가 아마존에 새로 입사한 동료이자 경영대학원 동기인 매트 피터슨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한 말이다. 이에 피터슨은 이렇게 대답했다. "농담하는 거야? 이게 10억 달러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돼. 이 사업이 그 정도로 커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먼은 현재 AWS의 부사장이자 S팀의 일원이다. 피터슨은 현재 아마존의 기업 발전 부문 이사다. 그리고 AWS는 2020년 현재 45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 챕터4, '굴욕적인 한 해' 중에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면, 위 이야기에 나오는 매트 가먼은 지금 AWS의 글로벌 CEO입니다. 작년 APEC 행사 때 한국을 방문해 발표를 하기도 했죠. 그리고 2020년에 454억 달러(약 66조 원)였던 AWS의 매출이요? 2025년에 약 1280억원 달러(약 180조 원)가 되었습니다. 매트 가먼이 예측한 10억 달러의 128배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골드러시 시대의 돈 버는 소수가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아마존 언바운드>는 이렇게 아마존의 고유의 리더십 철학인 '크게 생각하라(Think Big),'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등을 실천하며 이루어낸 믿지 못할 성과를 잔뜩 다룹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뭔가 큰 일을 해낸다는 것에 대한 각오와 동기부여를 모두 얻을 수 있는데요, 책은 또 하나의 측면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 성공의 과정에서 그들이 풀어야 했던 매우 복잡한 문제들의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직매입 체제에서 오픈 마켓으로 전환한 뒤, 아마존닷컴이 취급하는 물건의 가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품질 문제가 발생했죠. 허접한 물건뿐 아니라 짝퉁이 판을 치는 매우 위험한 조짐까지 나타났습니다. 다른 하나는 추천상품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마존이 추천한다는 의미의 '아마존의 초이스(Amazon's Choice)가 구매자들이 적극 수용하는 하나의 지표가 된 뒤, 아마존 내부에서는 PB상품이 아마존의 초이스가 되어도 괜찮은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자사 상품에게 너무 몰아주기를 했다가는 다른 판매자들의 원성을 살 게 틀림 없었으니까요.
아마존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왔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포함한 더 많은 이야기를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성장에는 한 가지 역설이 있습니다. 성장을 하면 복잡성을 만들고, 복잡성은 성장을 조용히 죽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 베이조스가 시청하라고 지시한 배인앤컴퍼니의 동영상 '창업자의 사고방식' 중에서
끝으로 <아마존 언바운드>의 책 만듦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집요한 취재력 덕분에 탄생한 방대한 기록이자 젊은 사업가들에게 큰 영감이 될 자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큰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구성에 특색이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다이나믹 없이, 시계열 순으로 진행됩니다. 너무 많은 사람의 말이 인용되고 너무 자질구레한 사건까지 다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읽다 지치는' 현상이 저한테는 발생했었는데요, 좀 더 컴팩트한 구성이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10년 후에 뭐가 바뀌어 있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물어야 하는 건 10년 뒤에 뭐가 바뀔 것인가가 아니라, 10년 뒤에도 바뀌지 않을 것은 무엇이냐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물건을 싸게 사고 싶어할 겁니다. 그게 10년 뒤에 바뀌지 않을 한 가지입니다."
아마존의 전설적인 성공의 이면에는 창업자의 이런 철학이 강하게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기억하며 <아마존 언바운드>를 읽다보면 분명 다른 기업들의 성공방정식, 그리고 우리 조직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답도 조금쯤 그 답을 떠올려 볼 수 있게 될 것 같군요.
#아마존 #제프베이조스 #실리콘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