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win Oct 07. 2019

#47 900년간 잠들었던 데드블레이가 들려주는이야기

나미비아_데드블레이

Dead Vlei / 죽음의 습지

영어권에서 온 Dead(죽은),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Vlei(습지)

이 둘의 단어가 만나서 이름 붙여진 Dead Vlei, 죽음의 습지

옛날 이곳은 물이 흐르는 곳이었고, 이곳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느 날, 바람이 불어 모래가 쌓이며 점점 물길이 막히게 되었다.

'빅대디'라는 큰 모래 언덕이 쌓여, 결국 물길이 사방으로 끊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물은 마르고 말라, 현재 이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모두 검은빛의 아카시아 나무들이지만,

자세히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데드 블레이-

파란 하늘과 붉은 사막 그리고 검은 아카시아 나무들

생명과 죽음이 한 공간에 있는 데드 블레이, 그곳에서 흐른 자그마치 900년간의 시간!

긴 세월 동안 나무들이 간직한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선택-

나 홀로 가지가 땅으로 내려간 나무는, 선택에 대해서 말해줬다.

남들이 다 하늘로 간다고, 나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각자 자기만의 색깔이 있으니, 그것을 찾아 선택하고 그 길을 소신껏 가래.

더 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색깔에만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나아가라고 말해줬다.

-관점-

내가 이 나무에 다가갔을 때, 나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물어봤어.

나 홀로 살아가는 데드 블레이의 독고다이일까?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약자일까?

같은 장면을 보아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

그러니 남이 나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에 서운해할 필요가 없대.

단지, 서로 관점의 차이일 뿐이니까.

관점의 차이는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

-의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자기의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 부러지고, 넘어지고, 그다음에 일어선다고 말해줬어.

부러지고 넘어져서 매우 힘들 때,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라는

자기 합리화에 안주해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말해줬어.

안주가 아닌, 넘어져도 일어서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해줬어

-경쟁-

이 나무는 자기 혼자 성장하려고, 하늘 높이 치솟았었대.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가지들이 하늘로 올라오려고 하면,

자양분을 다 빼앗아 자기가 다 먹었대

그 결과 주변을 둘러보니, 900년간 아무도 없었대.

이 나무는, 인생은 나 홀로 살 수 없다고 말해줬어.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 말해줬어.

친구가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가급적이면 적은 만들지 말래.

남을 짓밟고 올라온 자리는, 결국 주변을 둘러보면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경쟁은 무의미하대. 안 그럼, 결국 부러지니까.

-쉼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넘어지고, 힘들고 지칠 때가 있지. 그때는 쉼터가 필요하대.

그늘이 없어도 내 짐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곳이 쉼터래.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마음 편히 기대면서 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냐고?”

나무가 대답했어.

“그런 사람을 동반자로 만나렴”

-친구 -

세 그루의 나무를 본 순간, 쌍둥이인 줄 알았어.

하늘로 뻗은 가지 방향과 생김새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세 그루의 나무들은 자기들을 '친구'라고 소개했어.

원래 '막역지우' 끼리는 생각하는 것과 하는 행동도 비슷해 서로 닮는 거래

그러면서 자기들은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줬어.

모래와 뜨거운 햇빛 때문에 물이 마르면서 죽어갈 당시에,

힘듦을 같이 나누며 함께 이겨낼 마음 맞는 친구가 옆에 있어서,

그 고통을 같이 이겨 낼 수 있었대.

900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도 지루할 날 없이 수다를 떨며 여생을 보내고 있대

그러니 너도 어서 빨리 그런 친구를 만들라고 말해줬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지.

-사랑-

데드 블레이에서 아주 유명한, 견우와 직녀라는 별명을 가진 나무들이래.

이 두 나무는 900년, 전 사랑을 속삭이던 잉꼬부부였대.

하지만 아쉽게도 엄청난 양의 모래와 햇살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지.

그래도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고 싶어 했어.

그들의 소식을 들은 하늘은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싶어 했대.

그 결과, 견우와 직녀가 칠월 칠 일에 오작교를 통해 만나듯이

데드 블레이의 견우와 직녀 나무도 해가 뜨는 그 순간,

서로의 그림자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해.

사랑은 누군가의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의 쌍방향으로 오고 갈 때 더 오래간다고 말해줬어.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 가족이 된대.

인생에서 가족은 정말 큰 선물이라고 했어.

인생이라는 결승선까지, 내 곁에서 끝까지 함께 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있을 때, 정말로 잘하라고 말해줬어.

-형제자매-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생긴 저 나무들은 형제래.

가족 중에서도 특히 형제자매끼리는 더욱 돈독해야 된다고 했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세상에 유일하게 남는 혈육이 바로 형제니까.

생각해봐! 세상에 남은 혈육이 나 혼자라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

그래서 자녀는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좋대.

그래서 나는 셋을 낳기로 결심했지.

-긍정적인 생각-

900년간의 뜨거운 햇빛으로 건조된 이 나무는 결국 부러졌어.

데드 블레이에 오는 모든 관광객들이 서있는 나무들만 사진을 찍고 자기에게는 관심이 없어서,

자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라고 생각했대.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말하길, 모두에게도 각자의 역할은 있대.

자기가 부러져 누워있으니, 힘든 누군가가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가 된 것처럼 말이야.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된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개선하려는 노력, 그것이 필요하다고 말해줬어.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그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

힘들면 당연히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그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르니, 다들 긍정적이어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지 않느냐?

그러자 나무가 말했어. 시야를 넓혀보라고!

왜 데드 블레이가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인지 아냐고?

고개를 거꾸로 돌려보라고 했어.

-역발상-

데드 블레이가 탄생과 죽음의 의미가 공존하는 진정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이 나무들이,

고개를 돌려보면 하늘(물)로 뿌리를 뻗고 있기 때문이지.

데드 블레이의 나무들은 하늘(물)에서 계속 물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야

사실, 데드 블레이는 더 이상 죽은 곳이 아니었어.

시야를 넓힌다는 것의 의미는,

1차원적인 생각의 확장이 아니라, 3차원적인 다각도 발상이라고 말해줬어.

여러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데드 블레이의 나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줬다

사색은 깊게, 시야는 넓게, 입은 무겁게, 뱉은 말은 책임지게

끝으로 꿈은, 살아내게

매거진의 이전글 #46여행이 아름답게 살찌고,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