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배움

by 파르헤시아

배움이란 무엇인가? 깨닫는 것이 배움이다. 무엇을 깨닫는 것인가? 그릇된 점을 깨닫는 것이다. 그릇된 점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는가? 오직 바른 말에서 깨달을 뿐이다. 예컨대, 쥐를 가리켜 옥 덩어리(璞)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그 그릇됨을 깨닫고서 다시 말하기를, "내가 틀리게 말했다. 이것은 쥐다.", 또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말했다가 이후에 그 잘못을 깨닫고서 다시 말하기를 "내가 잘못 말했다. 이것은 사슴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미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치고, 고쳐야만, 비로소 그것을 배움이라 하는 것이다. 옛 말에 , 자기 몸가짐을 닦는 것을 배우는 사람은,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라." 라고 하였다. 글 짓는 것을 배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악하거나 그릇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배움의 진전이 있을 것이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은, 글을 배운다는 것이 고작해야, 모두 다 남에게서 전해 들을 뿐이다. 남에게서 전해 듣고 배운 것은, 편벽되거나 그릇되거나 거짓된 점이 많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런 말이 있는 것이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것으로 미루어 다른 셋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擧一而反三), 하나를 배워서 알면 그것을 미루어 헤아림으로써 다른 열 가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聞一而知十). 이것이 배우는 사람의 책무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 '아언각비 서문'(雅言覺非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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