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문장을 짓는다는 것은 먼저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이 있은 연후에, 비로소 언어에 의탁하여 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즉 문장 작법이나 기교의 능함과 서투름을 막론하고, 읽고난 후에 그 의미를 다시 되씹게 하는 여운이 문장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그것은 사실의 꾸밈이 없는 진실함과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의 진정성에 바탕한다. 이러할 때 비로소 문장은 덕(德)이 있는 자의 말이 될 수 있다. 만약 애당초 의미를 부여하고 주장한 문장이, 실상이 없이 단지 붓끝의 재주와 혀끝의 재주만으로 가탁(假託)하고 모방하고 꾸미고 다듬은 것이라면, 그것이 비록 화려하고 풍부하여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할 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끝내는 실상이 없는 빈말(空言)이 됨을 면치 못한다.
-이현일(1627~1704, '存養齋宋公文集序' 갈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