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인문학 장사치

by 파르헤시아

요리조리 뒤집는 짓이나 반복하여 세상을 속이고 이익을 차지하기에 급급하니 명색은 처사인데 그 마음은 장사치나 다름이 없다. 입으로는 도덕을 외치지만 속에 품은 뜻은 개구멍을 파는 도둑질에 있다. 명색은 세속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산림처사라지만 마음이 장사치나 진배없으니, 이 얼마나 비천한 꼬락서니인가? 그러고도 도리어 부자에게 빌붙는 자신을 은폐하려 숭산·소실산에 노닌다고 내세우며 이로써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 더한층 가증스럽지 않겠는가? 요사이 도덕과 사람됨의 본성(性命)을 강의하는 자들은 말하는 입과 속에 품은 뜻이 자못 다르면서, 스스로는 하나같이 숭산·소실산에서 노닌다고 자처하니 가중스럽기 그지없다.


- 이탁오(1527~1602, '분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