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세상이 우리에게 들이미는 거울은 우리가 누가 될 것인지를 결정한다. 물론 이 역시 저절로 일어나는 과정은 아니다. 이 관계는 타인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할 때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Friedrich Hegel)이 '자의식의 기초가 타인의 시선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우연은 아닌 것이다. 통제의 시선이건 사랑의 시선이건 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아무도 날 존중해주지 않아.”라는 말은 곧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존중’은 매우 중요하다. 어원으로 볼 때 리스펙트(respect)는 리스피 케레(re-spicere)에서 왔고 이는 ‘거듭 새롭게 보고, 보여진다’는 의미이다. 사랑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발을 딛고 설 땅이 없다. 자신을 쌓아갈 수 있는 토대가 없다. 반대로 사랑의 시선을 받고 자란 아이는 안정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다. 우리가 말과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는 아무 이유 없이 그러는 것이 아니다. 결국엔 사랑과 증오의 혼합인 특정 관계를 통해 우리는 말과 이미지를 넘겨받는다....규범과 가치는 외부 세계의 것이기에, 이를 우리의 일부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는 윤리에 깃든 평가의 성격 탓이다. 지금 같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correctness)의 시대에 도덕적 비판을 포함한 가치판단이란, 모두가 애당초 의심스럽기에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가?', 장혜경 옮김, 반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