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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Feb 25. 2020

유사 심리학(pseudo-psychology)

"우리를 가르치고 일깨워준다고 주장하면서, 사실 엉터리 심리학은 끊임없이 우리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든다. 또한 그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느껴진다는 이유로 현실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만족하게 만든다." -S. 브라이어스('엉터리 심리학')


유사 심리학(pseudo-psychology)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사이비 심리학'이다. 진짜인 듯하지만, 실상을 따지고 보면 심리학을 빙자한 '가짜' 다. 다시 말해 진짜같은 가짜, 혹은 진짜를 뛰어넘는 가짜다. 여기서 '가짜(사이비, 거짓)'의 의미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 혹은 과학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심리학(心理學, psychology)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의 한 분야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이나 정신 과정에 대한 다양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학 중의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다'(오세진 외, 『인간행동과 심리학』, 학지사, 2006). 다시 말해 유사 심리학과 대비되는 현대의 진짜 심리학은 주어진 명제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고, 과학의 체계와 절차 방식에 따라, 다양한 연구, 실험, 관찰, 반복적인 검토 등을 통해, 경험, 복제, 문제 해결 등에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검증 혹은 반증이 가능한 과학적 학문이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진짜 심리학은, 인간의 눈에 마치 피부처럼 고착된 온갖 색깔의 수많은 색안경을 벗겨내는, 과학적 체계를 갖춘 학문이다. 색안경을 착용하고 눈으로 보는 세상은 색안경에 의해 오직 하나의 색으로 덧칠되어 보이는 세상이다. 쓰고 있는 색안경의 색에 따라 제각각 달라 보이지만, 세상은 흑이나 백 등 오직 한 가지의 색상으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 다양한 색들이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는 세상이다. 세상사 혹은 인간사 내지 개인사는 오직 하나의 철학, 법칙, 이론, 사상 등의 특정 필터로 단정적으로 재단하거나 결정적으로 판단될 수 없다. 


과학의 한 분야로서의 심리학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관점의 심리학 연구와 이론들이 상호보완의 형태로 합력한다.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과 기법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적용의 방식과 절차가 다 달라지며, 또 언제든지 검토와 반증에 의해 기각, 삭제, 폐기, 수정, 보완되기도 한다. 현대 심리학이 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담이다. 참고로 논리 오류 중에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라는 게 있다. 표적으로 만들어진 과녁을 향해 총을 쏘지 않고, 헛간 벽에 총을 쏘고 난 이후에 탄착이 가장 많이 집중적으로 쏠린 곳을 중심으로 과녁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즉 자기만의 데이터를 자기 입맛에 맞게 추출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편향된 태도를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라 한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주로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충족할 때 발생한다. 첫째, 충분하게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 둘째, 그 데이터를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이나 권한을 갖고 있을 때 발생한다. 이 오류는 다양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가설, 가능성들을 배제·무시·생략하고, 결과에 부합하는 자신만의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추출함으로써 자신의 가설이 진실 혹은 진리라고 믿게 만들거나 또는 스스로 굳게 확신하며 믿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오류의 문제는 다른 가능성이 무수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예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는 데 있다.


최근 사이비 종교(유사 기독교 이단 포함)에서 심리 강좌, 상담, 심리치료 등을 빙자해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을 흔히 본다. 예컨대 흔히 경험했다시피 과거엔 '도를 아십니까?"에서 진화하여 요즘엔 사설 자격증을 갖춘 심리 전문가, 심리 상담사, 심리치료사 등으로 둔갑하여, '심리에 관한 설문조사', 각종 '심리검사', '심리 상담', '치유상담', '심리치료' 등을 앞세워 접근한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사람들의 무지와 외로움과 불안과 거기로부터 파생되는 두려움이다. 


그들이 자칭 '전문가'의 증거로 내세우는 각종 심리· 상담 관련 자격증은, 인터넷 강의 혹은 어중이떠중이 사설 강좌를 통해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말로 하자면, 사이비 종교인들 혹은 돌팔이 도학자들이나 종교인의 탈을 쓴 돌팔이 구루들 혹은 소위 인문학 장사치들이 말하는, 심리 관련 이론이나 정보는 인터넷이나 SNS, 유튜브 등을 잠시 뒤져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략적인 정보, 즉 일반상식의 범주 안에 있는 정보들이다. '대략적인' 이란 말의 의미는 '대충 간추린' 란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대충 간추린 요약 정보'는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간추렸는가에 따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자칫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정보라는 말이다. 정리하면, '유사 심리학' 혹은 '통속 심리학'은, 진짜 심리학에 검증되지 못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가설과 개인적으로 해석한 의견들을 아주 맛있는 양념처럼 가미하여 대중의 입맛에 맞게 마구잡이로 뒤섞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유혹하는 흥미로운 잡설에 불과할 뿐이다.


그 외에도 자칭 철학자, 종교인, 문학 작가 등등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힐링(치유)'을 영업 전략으로 삼고, 세상과 사람을 특정 필터에 넣어 단정 지어 판단하고, 심리 상담에 심리치료에까지 영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자기 자신을 진실로 제대로 살펴 본 바도 없고 또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장차 자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조차 모르는데, 어찌 남의 일이나 사물의 사정을 알겠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몇 마디 말로 사람을 진단하고 평가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의 방향까지 가늠하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테스트로 한 사람의 심리를 안다는 것은, 마치 대나무 대롱을 통하여 산(山)을 보고서 산을 다 안다고 하는 것과 같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각을 보고서 빙산 전체를 다 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알게 모르게 내 눈과 귀에 덧씌워진 수많은 색안경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벗지 않으면, 세상을, 사람을, 심지어 자신까지도 그 본래의 색을 그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아무리 '나는 다르다', '나는 아니다' 라고 자신할지라도,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과 달리 인간의 정신은 아주 다양한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서 쉽게 영향을 받거나 세뇌당할 만큼 연약하다. 그래서 쉽게 깨어지고 부서지는 인간의 연약한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간의 무의식은 이중삼중의 강력한 철벽을 치며 자기방어기제로 철저하게 무장하여 자기를 보호한다. 


비단 심릭학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 걸쳐 사이비는 어김없이 존재한다. 요즘 우리 사회 현실은, 정치· 문화· 언론· 종교, 의술, 약품, 식품, 상품, 상업광고 등등 전 분야에 걸쳐서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고 있다. 사이비들은 위장된 사회 경제적 권위를 등에 업고 사람들의 무지, 외로움, 불안, 두려움 등의 틈새를 마치 악성 바이러스처럼 파고들어 거짓과 진실을 호도시키며 우리의 마음을 현혹한다. 심지어 사이비가 각종 정치 사회 교육 경제 권력과 결탁하여 득세할 정도로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눈(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외면의 눈과 내면의 눈이다. 외면의 눈은 사물을 보고, 내면의 눈은 이치(理致)를 본다. 이치가 없는 사물은 없다. 그런즉 외면의 눈이 현혹되는 바는 반드시 내면의 눈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눈의 온전한 쓰임새는 전적으로 내면의 눈을 사용함에 있는 것이다." -이용휴(李用休, 1708∼1782)


진짜같은 가짜, 즉 사이비에 현혹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다. 자기가 주체가 되는 비판적 사고는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올바른 인식과 분별을 가능케 만들어 주기때문이다. 비판적 사고의 목표는 타인의 눈과 생각이 아닌 자신의 눈과 생각으로 세상사를 판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함에 있다. 비판적 사고는 '과학적 태도' 또는 '과학적 사고'의 기본이다. 과학적 태도는 세 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호기심', '의심', '겸손함' 이 세 가지다. 이는 또한 '배움(학문)의 기본 자세'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이치가 없는 사물은 없다.".그 이치를 잘 모르겠다면 그것이 과연 그러한지 관심을 기울여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그런 다음 생각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피면 비로소 그 실체의 진위가 보인다. 


요즘처럼 특히 유투브와 각종 SNS 등에서 진짜가 아닌 가짜가 혹세무민하는 혼란스런 사회현실에서 비판적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그무엇보다 절실하다 하겠다..(2020.2.12 쓰고 2.25일 정리하고 고쳐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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