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을 지나가다가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덩달아서 하늘을 쳐다 본다. 아무리 하늘을 쳐다봐도 특별한게 없다. 늘 보던 그냥 하늘이다. 혹시 자기도 모르는 뭔가 있나 싶어, 자기보다 앞서 하늘을 쳐다 본 한 사람에게 묻는다. "하늘에 뭐가 있나요?" . "아니요, 아무 것도 안보이네요." "그럼 하늘을 왜 쳐다봤나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쳐다 보길래 뭔가 싶어서요." 남들이 모두 다하니까 일단 나도 따라한다. 시골마을에서 한 개가 짖으면, 동네의 모든 개들이 영문을 모른 채 따라 짖는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편승효과'라고 한다.
비합리적인 소비행태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예를 더 들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극찬한 화제의 베스트 셀러에 유독 손길이 간다(집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후회한다).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특정의 브랜드 옷을 덩달아 나도 선호한다. 다른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 입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거야.(뭐가 특별하게 좋은지 딱히 모르겠다. 사실은 광고효과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식당으로, 발길이 더 끌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더 많이 모인다.(서비스가 별로다. 맛도 거기서 거기다. 그러고보니 손님 한가한 바로 옆 식당도 맛집이다)
선거과정에서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여론조사, 흑색선전, 유언비어, 정치 핫이슈 등에 수시로 도덕 감정선이 요동치고,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마침내 '그 놈이 그놈 같다'는 모호한 생각에, 결국 자신이 선호하고 익숙한 사회적 집단의 지배적인 다수의 의견과 선택과 판단에 따르고 만다.(결국 후회하지만, 애써 현실을 부정하거나 옳은 선택의 근거를 찾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여 인지부조화의 위대한 정신승리를 만끽한다).
2. 편승효과는, ‘소비자가 어떤 재화를 소비할 때, 다른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하는 소비 형태를 따라감으로써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뜻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영어로 'Bandwagon Effect(밴드왜건 효과) 라고 한다. 1950년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라이벤스타인은 '재화의 가치와 효용은 재화를 사용하게 되는 소비자의 수가 증가하게 될수록 커진다는 ‘네트워크의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이론을 주장한 학자다.
'밴드왜건'(Bandwagon)이란, 서커스의 홍보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며 무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밴드가 탄 마차를 말한다. 대형 놀이 공원이나 축제장의 퍼레이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시말해, 밴드왜건 효과는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선두에서 요란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행렬을 인도하는, 마차(밴드왜건, Bandwagon)의 뒤를 따라 사람들의 긴 행렬이 줄줄이 이어지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1848년 댄 라이스라는 광대가 선거운동에 밴드왜건을 사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크게 성공한 이후, 정치 선거의 주요 전략 트랜드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른바 선거에서 뭔가를 터트려 사람들의 대폭적인 관심을 이끌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소위 '세몰이' 전략으로 활용된다.
3. 편승효과(밴드왜건효과)는 사회심리학의 '동조현상(conformity)'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동조현상은 어떤 상황에서 옳은 행동이나 판단이 불확실할 때, 다른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의 영향력때문에 발생한다. 다시말해 인간은 잘 모르거나 자신의 신념이 불안정하거나 뭔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타인들의 판단이나 선택에 쉽게 따라가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사회적 승인과 소속감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 본능때문이다.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들로부터 사회적 인정을 얻거나 또는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을까하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회피하고자, 보편적으로 지배적인 집단의 성향·기준· 규범 등에 따라 가거나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에 동조하여 그 뒤에 줄을 서는 가장 편한 방법을 취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편승효과는, 무형의 사회적(집단적)인 심리적 압박때문에 발생한다.
4. 동조현상은 1951년 미국의 게슈탈트 심리학자이자 사회심리자인 스워스모어 대학의 솔로몬 애쉬 교수의 선분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선분 실험은, 선이 그려진 기준 카드와 다른 길이의 선분 3개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고, 선분 3개 중에서 기준카드의 선분 길이와 똑 같은 선분을 맞히는 실험이다.
총 7명이 참여하여, 그중 1명만이 실험자이고 나머지 6명은 모두 실험 도우미다. 실험 도우미 6명은 실험 각본에 따라 공모하여 의도적으로 모두 오답을 말하게 하였다. 총 18회의 실험 결과, 실험자 혼자 있는 상황에서 정답률은 99%인 반면, 실험도우미가 섞여 있는 집단 상황에서 정답률은 63%가 나왔다.이후 계속된 연구에서, 동조현상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실험도우미가 3명일 경우 동조 현상이 가장 강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실험 도우미 중 단 한 명이라도 다른 답을 말한 경우 오답률이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참여자의 만장일치 여부는 동조현상실험에서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다.
5. 자신의 생각이 불확실하게 여겨지거나 자기 신념이 모호한 경우, 그 집단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할 경우, 등의 상황에서 동조현상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선택의 옳고 그름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집단에 적어도 3명 이상 다수의 구성원들이 모두 만장일치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솔로몬 애쉬 교수는 사람들이 주위의 다수 의견을 일종의 사회적 압력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의사 결정에 반영하기 때문에 동조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영화 '배심원들(2019)'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재판부가 다 판단을 합니다. 재판부가. 그게 사법 시스템이고 여기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 전부 다 엘리트예요. 그 사람들이 계획 살인이라잖아. 그냥 모르겠으면 그 사람들 생각대로 따라가면 되는거예요.", "그럼 아저씨 생각은 뭔데요?" "뭐야?" "판사, 검사, 변호사 말고 아저씨 생각이요." "지금 여기서 내 생각이 왜 중요합니까? 다 위에서 생각하는데..."
참고로 다음 표는 비합리적인 소비성향 유형에 관련된 대표적인 소비효과들이다.(20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