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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08. 2020

서평(書評)에 대하여

『서평(書評, book review)은 일반적으로 간행된 책을 독자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논평(論評, comment)이나 감상(感想, impression) 등을 쓰는 문예 평론의 한 형식이다. 또한 위와 같은 고전적인 개념과 함께, 현재는 일반 문자 표현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서평으로 내용이 나오는 구두 코멘트 (주로 TV, 라디오 등) 등도 보조 개념으로 이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말로 독후감(讀後感, 독후감상문)이 있는데, 독후감은 어떤 서적을 읽고 난 후에 적는 느낌(소감, 감상), 또는 내용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을 말한다. 독후감은 줄거리 위주이다.』(위키백과)


서평(書評)은 '책의 내용에 대한 평가'라는 뜻이다. 평가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을 뜻한다. 한자어 '평(評)'의 의미는 주로 '평론하다', 품평하다',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서평과 흔히 혼동하는 독후감(讀後感)의 문자적 뜻은,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다. 한자어 '감(感)'은 '느끼다', '깨닫다', '생각하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독후감은 말 그대로 책을 읽은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 주를 이루고,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서평의 '주관적인 평가'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한다'라는 점에서, 사실과 논리의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성과 보편타당성의 객관적인 요소를 고르게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개인의 느낌(감상)을 의미하는 독후감의 '주관적인 느낌'과는 다르다. 개인의 느낌은 인정 혹은 이해의 대상일 뿐, 가치 혹은 수준을 평하는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독후감은 개인에 국한하는 것인 반면에 서평의 독자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이다. 다시 말해 서평은 책에 대한 정보를 독자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따라서 서평의 기능과 목적은 독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사전 평가하는 데에 있다.


정리하면,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뒤에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줄거리 위주로 자유롭게 쓰는 글쓴이 중심의 글쓰기다.  서평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책 정보의 객관적인 소개에 덧붙여 주관적인 평가와 감상을 동시에 담아낸 독자 중심의 글이다. 따라서 서평은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그리고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보편 타당한 사실적 논리적 근거와 자료의 신뢰성 · 성실성을 고루 갖춘 글쓴이의 '주관적인 평가',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제대로 된 서평(書評)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은 비록 전문 평론가 혹은 비평가가 아닐지라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책의 선택에 대한 객관적 가치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일목요연하게 쓰는 글이라는 점에서, 글쓴이의 독서량, 식견,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분석과 비판의 지적 역량이 고루 요구된다. 또 글쓴이가 책을 선택하고 서평까지 쓰게 된 개인적 동기와 이유 여하에 따라 글쓴이에 대한 신뢰성 그리고 서평의 진실성 문제와 직결된다. 어쨌든 비판적 읽기가 가능하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서평을 쓰기가 어렵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판적 읽기란, 책의 주제와 내용에서 핵심 단어와 문장을 파악하고 전체와 각 문장의 문맥 간의 의미를 헤아리며 내용의 타당성 여부까지 따져가며 읽는 적극적 독서 행위를 말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서평의 질과 수준은 글쓴이의 감정이나 경험 또는 글 재능의 수준에 달린 게 아니라,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문해력에 먼저 좌우된다는 말이 되겠다.


여담이다. 신간 소개를 하는 잡지나 매체에서 전문가 혹은 소위 사회 명사의 명함이 내걸린 서평 또는 평론을 읽고, 혹하여 집어 든 대부분의 책들에서 개인적으로 실망을 금치 못한 경우가 많다. 비록 비평 전문가의 명함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른바 '용비어천가' 또는 '주관적 감정이입' 일색의 서평 이외에 여지껏 제대로 된 서평을 접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독서 취향도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도 그렇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약문(리뷰), 발췌문 등의 기록문은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이나 평가가 일체 배제된 글이란 점에서 독후감이나 서평과는 완전히 구별된다. 


객관적인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서평 내용의 보편타당성과 진실성 그리고 신뢰성에서 고루 가로막힌다. 해서 웬만하면 서평이나 추천사를 무시한다. 책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목차를 탐색하고, 그런 다음 목차에 관련된 내용 훑어보기를 시도한다. 개인적으로는 맥락으로서의 책 저자의 이력과 현재 삶의 여적도 좋은 책의 선택에 크게 한몫을 한다.  '참으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멋진 서평이나 추천사에 더 이상 속지 않기 위해서다. 


"나의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 대한 도취와 / 저 칠쟁이의 연설에 대한 분노이다 / 그러나 후자만이 나로 하여금/ 당장에 펜을 잡게 한다" -브레히트(詩,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 부분)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 자리 잡은 어떤 신간의 난해한 서평을 쓰윽 훑으며 남몰래 실소하다가, 뜬금없이 삿된 생각 하나가 들었다.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가 유달리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어쩌면 기더기들의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옛 속담에 "며느리는 미운 시어머니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스스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서평에 대한 개념 정리를 확실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바로 그러한 삿된 생각 덕분이다. (20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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