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격물치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Aug 21. 2020

의사소통 기술, 'I-Massage(나-전달법)'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이생진 선생의 詩,  '술에 취한 바다'에 나오는 시구다.  SNS에서 '소통'을 화두로 내세우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나름 이해하기는, 이 사람들은 주로 소통을, 상호간의 '대화' 나 '공감'을 주고 받는 것 등의 의미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적으로 대화(對話, communication)와 소통(疏通)을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개념상으로 대화와 소통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화는 서로 마주하여 말을 주고받는 것이고, 소통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 막힌 것을 뚫어서 서로간에 있을 수 있는 오해를 풀어가는 것이다. 흔히 도로에서 차들이 앞뒤로 꽉 막혀서 교통이 정체된 상황을 가리켜 차량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표현한다. 소통이 안되는 경우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통은 쌍방향이지 일방향이 아니다. 즉 소통은 대화를 넘어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바르게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 소통을 잘하려면 단순히 대화하는 것만으로, 단지 공감이나 관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만약 시인의 시구처럼 각각의 사람이 서로 들어주는 귀 없이 오직 자기 말만 한다고 하면, 여기선 대화는 존재할지라도 소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화를 자주 나눈다할지라도, 서로간에 무언가 막힌 것이 있을 때, 혹은 무언가 오해가 있을 때, 또는 일방적일 때, 소통이 안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렇 때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말이다. 내적으로 갈등을 억압하면 할수록, 어느 시점에서 그 갈등이 외부로 분출될 때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가까운 인간관계라면, 마치 제살깍듯이 마음의 상처까지 서로 생긴다. 


일반적으로 영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소통으로 인식하는 것은, 소통이 원래의 한자 단어가 아니라 일본 번역 한자이기 때문이다.  영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소통이 아닌 '구통'(溝通)이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뜻은, '①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②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이다. 한자어 소(疏)의 원래 의미는, 산모가 아이를 순산하는 것을 상형화한 것이다. 그 뜻은 '막힌 것을 트다' 이다. 인터넷에 한자어 '疏通'(소통)을 검색하면, 막힌 하수 뚫는 광고 이미지가 어김없이 나온다.  우리 옛글에서 간혹 발견되는 소통(疏通)이라는 한자어는 사전의 뜻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대화 (Communication)의 의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오해하여 사용하는 소통의 바른 표현은 의사소통(意思疏通)이다. 상호간의 대화를 전제로 소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의사소통(意思疏通)은 영어로 '휴먼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이라고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의사소통은 사람의 의사(意思)나 감정의 소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다. 상호 간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매체로는 언어, 즉 말과 글, 그리고 몸짓, 자세, 표정, 억양, 노래, 춤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정리하면 의사소통은 언어를 수단으로 특히 대화를 수단으로 상호 의사전달을 하는 것을 뜻한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인간 이성에 기초해 사회를 합리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다고 성찰한 독일의 사회 철학자다. 하버마스는 이상적인 의사소통의 조건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가 ‘진리성’이다. 즉 사실에서 더하거나 생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사슴’을 가리켜 ‘말(馬)’ 이라고 말하거나, 사실에서 일부만을 취사선택하여 말하면 진리성에 어긋난다. 둘째는 ‘진실성’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꾸미거나, 겉과 속의 생각이 다른 말을 하거나, 혹은 거짓말을 하면 '진실성'에 위배된다. 셋째는 '정당성'이다. 말하는 내용이 보편적인 상식이나 도리 또는 규범에 어긋난다면 '정당성'에 위배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대화든 토론이든 비로소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철학적 관점이다. 특히 개인과 개인간의 의사소통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이론에 어울리는 아주 효과적인 대화 기술이 있다. 바로  '나-전달법'(I-Message)이다. 


'나-전달법'(I-Message)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며 심리치료사인 토마스 고든 박사가 개발한 의사소통 기술이다. 그는 '부모역할훈련'(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P.E.T)과 '교사 역할 훈련' (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 : T.E.T.)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미국 교육계에 큰 공헌을 한 인물다. 토마스 고든은, 인간 중심 심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 박사의 직계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교수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벌어지는 갈등 상황이 주로 의사소통의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로, '나-전달법'(I-Message)을 개발하였다. 


'나-전달법'(I-Message)은, 문제가 되는 상대의 행동 혹은 태도 때문에 영향을 받은, 내가 느낀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대화의 포인트가 '너' 중심이 아니라 '나' 중심이기 때문에 '나-전달법'이라고 한다. 핵심 구성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문제가 되는 행동(원인 되는 구체적인 사실), 둘째 그 문제 행동이 현재 나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결과로서의 느낌 등), 셋째 그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세 가지 요소의 순서는 상관없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식인, '너 전달법'은 주로 명령형이거나 일방형으로 단정적이다. 따라서 자칫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체성이 일방적으로 판단되고 평가되어 비난하거나 공격당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때문에 상대방은 자기 방어 혹은 반항심리로 대화에 응하기 쉽다.  의사소통이 의도치 않게 차칫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그러나 나 전달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때문에 화자가 어떠한 상황에 놓이고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원만한 의사전달과 소통을 가능하게 만든다. 즉 말하는 이는 자신의 의사를 솔직하고 차분한 대화로 전달함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시킬수있다.


나-전달법(I-Message)의 장점은 대략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상대방의 정체성 자체를 향하여 일방적 판단, 단정, 추측, 평가, 비난,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행동의 결과로 야기된 나의 감정과 생각을 나 중심의 대화로 전달하기 때문에 방어 혹은 저항심리를 덜 유발한다. 둘째, 자신의 감정을 사실에 근거하여 솔직하게 토로하기 때문에 훨씬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한 의사전달에서 말하는 이의 진실성을 상대방에게 전달할수있는 아주 유효한 방법이다. '나-전달법'은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꾸준한 반복연습이 필요한 의사소통의 기술이다. 우선 나부터...(2020.8.21. 쓰고 9.2 다시 정리하고 고쳐쓰다)

▲자료출처: 상단의 '나- 전달법'과 '너-전달법'의 비교 자료 이미지는 '아임홈스쿨러'에서 담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