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사람들의 핵심적인 결함은 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에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저 골목에서 우리는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부유할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으며, 유식할 수도 있고 무식할 수도 있다. 그들이라고 해서 유별난 요소는 결코 없다. 그들은 게시판에 나붙은 지명수배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교회 학교 교사로서, 경찰로서, 금융인으로서, 사회단체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건실한 시민'일 가능성이 많다....심령이 가난한 자는 악을 행하지 않는다. 자신을 스스로 깨끗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동기에 자주 마음이 걸리는 사람, 자신의 본성이 드러나게 될까봐 마음 졸이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는 악은 결코 저질러지지 않는다. 이 세상의 악은 영적인 특권층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 시대의 바리새인들, 그들은 자기 성찰의 불쾌감을 눈곱만큼도 견뎌 낼 마음이 없으면서 그것을 핑계삼아 자기는 죄가 없는 깨끗한 존재라고 스스로 치부한다. 자신의 죄를 인식한다는 것이 듣기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이야말로 죄가 제멋대로 우리를 갖고 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유일한 방패다. 비록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른다 하더라도 역시 죄의식은 참으로 소중한 축복임에 틀림없다. ...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악을 의식하는 동시에 그 의식을 피하고자 결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들은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들처럼 차라리 도덕성에 대한 아무런 의식없이 마냥 신나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분명한 의식의 구들장 밑에 자신의 악의 증거들을 꾹꾹 쑤셔 넣는 일에 끊임없이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M. 스캇펙 , 『거짓의 사람들』(윤종석 역, 비전과 리더십.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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