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넘효과'(Barnum Effect)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인지 편향에 속한다. 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정보를 자기 자신에게만 특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믿는 '개념적 착각'도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성격 특징 또는 행동 및 심리상태를 묘사하고 있는 어떤 정보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유독 자신의 특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개념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바넘효과가 작동하는 이유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의 특성상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할 때,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 때문이다.
더욱이 그 정보의 내용 중에 자기 자신과 특별히 일치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 내용 전체의 애매모호함에 관계없이 그 정보를 신뢰하게 된다. 그러한 모호함 때문에 동일한 내용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그 정보가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 믿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제시된 정보를 주관적으로 해석을 하여 자기 스스로 유효성 검증을 함으로써 자신을 기만하려는 상대에게 자발적으로 속아 넘어가는 현상이 바로 '바넘효과'(Barnum Effect)다.
"바넘효과"(Barnum Effect)라는 이름은 1956년 미국의 심리학자 폴 밀(Paul Meehl)이 처음 명명하였다. 당시 일부 심리치료사와 심리학자들이 상담치료 과정에서 내담자들에게 보편적인 애매모호한 진술로 진단평가하는 것이 심리학계의 문제가 되었다. 이에 폴 밀은 한 에세이에서 이들을, 속임수를 이용하여 서커스 공연의 흥행을 이끌었던 유명한 서커스 흥행업자인 'P.T 바넘'(Barnum)의 수법에 비유하며, 그들의 비윤리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데서 유래되었다.
"P.T 바넘(Barnum)"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하원 의원 출신으로, 60대 이후에 서커스 단체를 만들어 서커스 흥행과 연예 산업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던 인물이다. 교묘한 조작과 사기수법으로 대중을 대놓고 속이는 기상천외한 공연과 광고로 서커스 흥행 마케팅을 벌였고, 엔터테이너로서 공연에 직접 참여하여 생면부지의 관객의 성격 특성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수법은 자신의 말에서 관객 스스로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을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1948년에 처음으로 '바넘효과'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심리학 이론으로 개념을 정립한 인물은, 미국의 심리학자 포러(Bertram Forer)이다. 그래서 "바넘효과"(Barnum Effect)를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부른다.
'바넘효과' 혹은 '포러 효과'의 핵심은 성격 진단의 결과 평가에서 묘사하는 문장 또는 사용된 단어의 애매모호함에 있다. 이를테면 그 애매모호한 문장 속에 누구든지 자신과 일치하는 부분이나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로 점성술, 타로점 등의 운세, 점술, 사주풀이, 혈액형 성격, 각종 성격 유형검사 또는 심리검사의 진단결과 평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름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은 외향적이다. 그러나 때론 내향적일 때도 종종 있다"
"당신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때때로 비현실적인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 바람이 불 때도 있고, 때론 비가 올 수도 있다"
특히 성격검사나 심리검사의 진단 결과 평가에서 '바넘효과'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그 평가를 결코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실시되는 심리 검사는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도구다. 다만 그 평가를 무턱대고 맹신하여 스스로 편견과 환상을 만들거나,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고 선을 긋고 구별하는 객관적 지표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참고로, 현재 현대 심리학에서 과학적으로 그 신뢰성과 타당도를 인정하고 있는 성격진단검사로는 '5요인 성격검사' 가 있다. 현재 꾸준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방면에서 그 연구 성과가 과학적 데이터로 계속 축적되고 있다. 임상심리관련 전문가들은 일부 정신과적 특정 진단검사를 제외하고, 그외의 성격검사들을 대중의 인기와 유명세와 상관없이 '유사심리학'(대중심리학)으로 취급한다.
이외에도 자기계발, 대중심리학 또는 유사심리학, 상업적 대중강연회(인문, 철학, 종교, 심리, 자기계발, 코칭 등등), 인문학 및 심리 상담 관련 전문상업작가, 부적격 종교인들과 정치인, 기더기 언론, 사이비의 유사심리 상담 및 인생 고민상담, 그리고 광고 마케팅을 포함하여 인터넷 디지털 스트리밍 업계와 SNS의 개인 맞춤형 정보 등등에서 '바넘효과'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모든 번뇌와 갈등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고로 집착을 버리면 번뇌와 갈등은 모두 해결된다."
"이런 분께 강력 권합니다", "당신만을 위한 맞춤 oo", "oo oo 인생의 법칙"
1985년의 연구(D.H Dikson & I.W Kelly)에 따르면, '바넘효과'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들이 적용되었을 때, 검사 결과의 정확함에 대해서 피실험자의 신뢰감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결과의 분석 평가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바넘효과는 더욱 커진다.(D.H Dikson & I.W Kelly, 『 The "Barnum effect" in personality assessment: A review of the literature 』, 1985)
①결과의 분석 평가에 피실험자 자신이 생각하는 특성과 일치하는 것이 있다.
②평가자의 권위를 신뢰한다.
③분석 결과의 내용이 항상 긍정적이다.
이는 대중을 속이는 사이비들이 심리적으로 종교, 학력, 학위, 지식, 재력, 사회봉사 이력, 사회적 지위와 업적 등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권위를 자신의 명함으로 적극 앞세우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개인적인 여담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인터넷 사주풀이 프로그램에 접속한 적이 있다. 그런데 호기심에 프로그램을 돌려보고 내 사주풀이 결과의 정확성에 깜짝 놀랐다. 거의 90%에 가까이 내용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령, 학력, 사회적 경험을 막론하고 나와 비슷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그 결과에 나온 내용은, 나에게만 특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연령대 또는 나와 비슷한 삶의 경험을 가진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며, 또 그들조차 나와 똑같이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는 말이다. 이같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단지 그 확률의 정확성에 감탄하고 놀랐을 뿐, 그것에 더 이상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은 내가 갖고 있는 서푼어치의 지식과 경험 덕분이다.
실제로 심리치유 집단상담의 현장에서, 관리직으로 제각각 나름 한자리를 하는 40~60대의 성인들이, 모든 계급장을 다 떼버리고, 심지어 체면마저 내팽개치고 생면부지의 서로를 부둥켜안고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생면부지의 여러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고백을 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그 누구에게도 차마 내뱉지 못했던 상하고 아픈 마음의 상처와 경험이, 유독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경험의 양태는 제각각 서로 다를지라도, 비슷한 마음의 상처와 아픔과 설움과 경험의 질과 깊이는 똑같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서 보이는 그 서럽고 아프고 수치스럽기까지 한 상한 마음과 상처는 곧 자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 심정을 진정으로 알고 또 진심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자기를 열고, 마치 자신을 다독이듯 서로 껴안고 함께 울며, 그 아픔을 아낌없이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바넘효과와 같은 인지 편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인지 편향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인간의 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넘효과'를 단순히 인식하는 것만으로 자발적인 심리적 착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이른바 '속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속는', 자발적 속임을 당하는 실수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는 있다.
중요한 정보나 자료를 대할 때 인지 편향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그 결과에서 전혀 달라진다. 인지 편향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정보의 사실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직 나 만의 특성, 오직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있는 보편적인 특성이요 일반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심어린 공감을 할 수 있는 선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이익을 충족하기 위해서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바넘효과'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선한 동기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반면에 지식이 없어서 모르기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의 주관적 해석과 심증적 검증에 자동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결국은 자발적으로 속임수의 함정에 빠져서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므로 지식을 쌓고 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더욱이, 다양한 형태의 권위와 전문가의 명함을 앞세워 일반 대중을 예사로 기만하며, 온갖 조작 왜곡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사회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202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