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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l 16. 2021

진짜 앎

머리로 이해하는 건 쉽다.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움직여야 한다면, 참여해야 한다면, 그래서 바꾸거나 변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어떻게 하면 문제의식을 넘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걸까?  배움이 필요하다. 앎이 필요하다. 더 정확한 정보와 통계들? 아니. 전문가의 소견과 활동가의 외침은 광고처럼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볼 만큼 봤고 들을 만큼 들었다. 지식의 앎이 아니라 감각의 앎 필요하다. 우리에겐 예상과 예감을 현실과 실제로 느낄 생생함이 필요하다. 감지하는, 감지되는, 감각의 지식. 실제로 행동이 멈추고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 내는 진짜 앎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안다. 말보다 말을 둘러싼 뉘앙스가 진짜 말이라는 것을. 사물과 풍경에 빛이 관여하는 것처럼, 기분과 감정에 물과 불이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뉘앙스는 텍스트보다 우위에 있다. 좋다고 해도, 싫다고 해도, 우리는 그 말을 다 믿지 않고 얼굴을 살핀다. 표정에 깃든 빛과 그림자를 보려 한다. 그것이 진짜 언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용준( '감각하는 앎', 김기창 소설집 『기후변화시대의 사랑서문, 민음사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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