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Jul 11. 2021

작화증(Confabulations)

오랜 시간 동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은 무언가가 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직감이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나는 스스로 중요한, 혹은 전문적인 작가라기보다는 그저 빈 곳을 메우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일매일 발생하는 문제들, 채우지 못한 욕구와 좌절당한 욕망을 일컫는, 혹은 설명하는 단어는 없다.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언어. 하지만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언어. 그런 텍스트는 말 없는 어떤 언어에 속한다. 삶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는 이름이 없는데, 이는 우리의 어휘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을 큰 소리로 전하는 것은, 이야기꾼이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는 행위를 통해 이름 없는 어떤 사건을 익숙하고 친숙한 것으로 바꾸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존 버거('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김현우 역, 열화당 2019)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