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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an 01. 2018

자기애적 격노(Narcissistic Rage)

분노를 나타내는 영어 ‘anger'는 ‘고통’이나 ‘고난’을 의미하는 단어로 노르웨이의 ‘angre'에서 유래되었으며, 독일 단어인 ‘anger’는 ‘사악한’, 위험한(wicked)의 의미를 지닌 ‘arg’에서 유래하였는데,  불의한 자극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을 말한다.(류혜옥, 『현대인은 풀어야 할 6가지 마음의 병이 있다』, 클릭, 2009)

심리학자인 쉐러(K. R. Scherer)와 월보트(H. G. Wallbott)가 37개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1993년)에 따르면, '분노는 대부분 타인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유발된 불쾌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험한다'라고 한다. 그 외에도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부도덕하고 불의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뭔가 꼬여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혹은 무시당하거나,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공개적인 모욕을 당했을 때, 자신의 약점을 건드릴 때, 등등의 경우에 분노의 감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감정이 그렇듯이, 분노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른 외국어들과 달리, 분노를 표현하는 우리말은 아주 다양하다“화가 난다”,  "뿔이 난다", "열 받는다", “부아가 치민다”, "성질난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속이 터진다”, "속에(눈에) 천불이 난다", "울화통(분통)이 터지다",  "눈이 뒤집히다", "눈에 쌍심지를 켜다",  "악을 쓰다", "핏대를 올리다", " 피가 거꾸로 솟는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다", "치를 떨다", "이를 갈다" 등등 이외도 무수히 많다. 이처럼 분노 표현이 다양한 것은, 다양한 양태로 분노가 표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분노의 감정을 신체와 연관 지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분노가 생리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정신적인 에너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는 '감정이란 육체의 감각적 변화에 의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상태'(William James, 1884)이며, '의식 경험과 다양한 신체적, 내분비적 변화, 특징적인 표현과 행동을 함께 수반한다.'(Philip-Johnson Laird , 1992)고 보는 학자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분노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적절하게 해소되어야 한다. 또한 분노를 무조건 억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분노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출할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자칫하면 인간관계를 해치고, 폭력으로 위해를 가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분노를 흔히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분노를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감정으로만 보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좌절에 대응하는 자연적인 반응 감정(S. 크로켄버그)',  '위협이 있거나 좌절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질 때 사람들이 갖는 각성의 감정(마크 코스브로그)', '개인의 가치, 본능적인 욕구 그리고 기본 신념들을 보존하려는  자기 방어적 의지(레스 카터)' 등으로 이해한다. 이처럼 분노의 감정을 무조건 억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적절한 방식으로 표출하여 해소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 하겠다. 


우리 속담에,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 또는 '시어미 미워서 개 옆구리 찬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만만하게 생각하는 엉뚱한 데 가서 화풀이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속담이 주는 교훈을 마냥 부정적인 의미로만 이해할 게 아니다. 한강에서 눈 흘기는 사람이나 개 옆구리라도 차는 여인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직접적인 분노 표출을 통해서 예상되는 충돌과 갈등의 정도를 가늠해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못하고 억누르고, 마음속으로 삭히는 사람이 정작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분노는 인간이 마땅히 가지는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감정이다. 정상적인 감정이라 함은, 정상이 아닌 분노의 감정이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 기준은 분노가 일정한 경향성을 가진 공격적이고, 자동적인 정서 반응으로 통제, 혹은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 주로 자아 방어기제와 관련된 내적 수치심에 의한 분노, 그리고 내현적 자기애와 관련된 자기애적 격노(분노)가 여기에 해당된다.  


내적 수치심에 의한 분노와 관련하여, 미국의 저명한 가족치유 상담자인 존 브래드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분노는 자신의 수치심을 커버하기 위해 가장 자연스럽게 취해지는 방법이다. 분노가 자아 방어로 사용될 때 그 사람의 성격적인 특성으로 굳어지기가 쉽다. 분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용되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고 또 다른 하나는 화를 내서 남을 수치스럽게 만들어 자신의 수치심을 남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이 내면화되어 성격으로 굳어지면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인물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자신도 거칠게 만들면서 파멸되어 가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안 좋은 것은 분노하는 행위로 남에게 힘을 행사하게 되면 분노뿐만 아니라 이를 확대하여 폭력과 복수, 악으로 갚는 것과 나중에는 범죄행위로까지 확대시켜 자신의 힘을 행사하려 든다."라고 하였다.(존 브래드쇼,『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치유』. 오제은 역. 학지사, 2005)

이와는 달리, '자기애적 격노' (Narcissistic rage)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자존심 혹은 자기 가치감에 위협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자기애 손상 (Narcissistic injury)을 입었다고 생각하여 일어나는 격렬한 분노 감정'이다. 다시 말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숨겨진 '진짜 자기 실체'(자기 자아)가 드러났다고 느꼈을 때, 일어나는 격렬한 분노 감정'을 말한다. 이를 '자기애적 분노'라고도 한다. 다만 겉으로 즉각적으로 드러내느냐, 안으로 삭히고 되새김하면서 에둘러 드러내느냐의 성향 차이일 따름이다.


자기애란, '자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자기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강선희, 정남운, 2002). 프로이트(Freud, 1953)가 설명하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웅대한 자기상', '특권의식', '착취적 대인관계', '과장된 자기 지각', '과시적인 태도', '자기 몰입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 '자기충족적인 욕구의 완벽함을 추구', '의심과 질투', '비판을 참지 못함', '상실 혹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취약성', '자기 방어적 경향성(과대망상, 이상화 (self-idealization), 부인(否認, Denial), 투사, 분리 등등)' 등이다. 대상관계 이론의 권위자인 오토 컨버그(Otto Kernberg, 1975)는, 과도한 자기 몰입, 웅대한 내용의 공상, 강렬한 야심, 지나친 칭찬 욕구 등으로 자기애의 특징을 설명한다. 그 외에 관심이 온통 자기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족이 특징적이다.


자기애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방식에 따라 외현적 자기애(overt narcissism) 성향과 내현적 자기애(covert narcissism) 성향으로 구분한다. 외현적 자기애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웅대한 자기상', '특권의식', '착취적 대인관계', '과장된 자기 지각', '과시적인 태도' 등이 두드러진다. 또 공감력이 떨어지고 외현적으로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자기의 자존감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강한 적개심과 함께 공격적 태도를 취하거나 혹은 상대를 사정없이 깎아내리는 평가절하를 시도한다..


반면에 내현적 자기애 성향은, 외현적 자기애와는 달리 자기애적 행동 특징이 좀체로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 민감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부정적인 평가나 비판에 취약하다. 또한 자기 개념이 부정적이어서 타인의 비판이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쉽게 위축되며 과도하게 정서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이러한 과민한 행동 양상은 결국  '나는 상처받아서는 안 되고, 거절당해서도 안 되며, 못하는 것이 있어서도 안 되고 미움 당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권석만, 한수정, 「자기애성 성격장애」 학지사, 2000;  Hart & Joubert,1996; Kohut,1977;Wink,1991). 


여러 연구에서, 내현적 자기애 성향을 가진 사람은 대인관계의 패턴이 대체로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며, 동시에 적대적이다. 반면에 외현적 자기애는 지배적이면서 적대적인 특성을 보인다. 특히 언어 표현으로 드러내는 적개심이나 공격적 성향은 내현적인 성향이 외현적 성향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자기애는 알게 모르게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자기애는 정신발달단계에서 필수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지나치게 과하면,  정신병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건강한 자기애와 병적인 자기애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타인에 대한 존중감과 배려심의 유무에 있다. 즉 자기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 자기를 이해하기 때문에 타인들 역시도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과 이해가 뒤따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렇게 안된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자기애적 분노라는 용어는 코헛(Kohot,1972)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격렬한 분노가 바로 '자기애적 격노(Narcissistic rage)'다. 코헛에 의하면, '자기애적 격노'는 심리적 경향성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병리학으로 이해된다. 자기애적 격노는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는 위협적인 반응이다. 


자기애적 격노는 두드러진 양태를 보인다. 요약하면, 첫째, 자신을 결코 쉴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둘째, 그릇된 것을 바로 잡아야 직성이 풀린다. 셋째, 어떤 방식 혹은 수단에 의해서든 보복을 통해 심리적 상처를 취소하고 보상받고자 한다. 즉 보복 욕구에 대한 강한 집착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용서되지 않고, 또 멈추지 않는 격노는 공격성이 현실 지각과 어린 시절 자기 과장과 기대 안에서 부단히 움직여왔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분노와 수치심은 가해자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가하도록 이끈다. 자기가 원하지 않았던 그릇된 것을 바로 잡고자 하는 강렬하고 끊임없는 욕구를 일으킨다. 이러한 보상심리를 통해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좌절감과 심리적 상처를 없애려 한다.

 

코헛(Kohut)은 수치심이 인간 정신 안의 구조적 갈등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애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것에서 발생한다고 이해한다. 즉 구조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내면의 결핍에 그 근원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기애적 격노는 'self object'(자기 대상, 객체로서의 자기)의 좌절로부터 온다. 자기애적 격노와 공존하는 다른 정서들은 무기력하거나 굴욕적인 것들이다.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의 특성상, 상황이나 처지에 상관없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자신의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거절당하거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실수 등이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느낌은 그냥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분노 상태를 악화시키며 또 자극한다. 이것들은 자기애적 격노의 경험에 본질적 부분으로 이해된다.


건강하고 성숙한 분노와 자기애적 격노는 구분이 가능하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분노는 상황이나 대상, 그리고 시간과 공간적인 환경에 따라 스스로 분노 행위의 표출을 적절하게 통제가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개 옆구리 혹은 돌멩이라도 발로 차고, 한강가서 눈이라도 흘긴다. 또 분노가 유발된 원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신의 분노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다. 간혹 적개심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감정과 함께 일시적이다. 이는 분노로 표출되는 공격성이 뚜렷한 생각과 목표, 현재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왜 화를 내는지 자기가 알고 있다는 말이다. 분노의 대상에 대한 보복 감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며, 분노 감정에 계속해서 집착하고 사로잡히는 경향성 또한 갖지 않는다.


반면에 자기애적 격노는, 분노 표출의 대상을 자주성을 가진 독립된 인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는 자기감정에만 집착할 뿐, 상대방의 상황이나 처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남들이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자신이 의도하거나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응해주거나 제공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격노에 휩싸인다.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 보복 욕구를 억누를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 불가능한 복수(보복)에 집착할 따름이다. 


코헛(Kohut)은 자기에게 좌절을 느끼게 한 대상에게 어떤 형태로든 고통을 줌으로써 상처를 만회하고자 하는 집착이, 다른 형태의 공격성들과 자기애적 분노가 구별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수치심, 굴욕감 그리고 위장장애, 두통과 같은 급성 만성의 신체증상, 폭력적 위협 등의 행동들이 뒤따르게 된다고 한다. 분노를 삭이면 병이 된다는 말은 빈말은 아닌 듯하다.


특히  내현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심리적 상처를 크게 입을 가능성이 많다. 안으로 삭히고 지속적으로 축적하기 때문이다. 앞서 특징에서 살폈듯이, 내현적 성향이 외현적 성향보다 주위의 반응이나 평가, 비판, 거절, 무시 등에 예민하여 더 자주 수치심과 분노를 지속적으로 경험한다. 억압된 분노는 수치심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에 걸쳐서 내면에 쌓이게 된다. 이는 결국 신체적,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마치 안팎을 동시에 분노로 끓이고 있는 휴화산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마치 넘을 수 없는 '돌벽'(stone wall)과 마주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자기 외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프로이트  자신의 정신분석기법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까닭이다. 


오토 컨버그는, 병리적인 자기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부모와의 관계에 둔다. 아이의 자기 대상(self object)에 대한 부모의 공감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발달단계에서.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자존감을 이상화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다. 그것은 관심과 칭찬과 격려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부모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다시 말해, 어린아이가 자기애가 발달하는 단계에서 보이는 자기과시적 표현과 행동이 있다. 이에 대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확인해 주지 않고, 칭찬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무시하거나 오히려 억제시킨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 취약한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애적 장애가 일어난다. 결국, 아이의 왜곡된 자기 대상의 형성은 부모 혹은 양육자의 공감력 부재가 좌우한다.


코헛의 자기 심리학의 관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한다. 개인의 실패는 자기 결함에서 기인한다. 자기 결함이 발현하는 것은 대상과의 갈등에 있지 않다. 자기 대상 즉 대부분 부모의 비공감적인 반응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자기 심리학적 관점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공감(empathy)이라 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자기가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자기이해에서부터 그 부모에까지 확장함으로써 시작된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 자신에게 공감을 주지 못한 부모를 재직면하는 것이 그 첫 단추다.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진심 어린 공감을 부모로부터 직접 경험하거나 또는 온전한 공감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대상관계를 재설정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자기의 결함은 공감적 태도 안에서 이해받는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외상적이지 않은 ’ 최적의 좌절‘을 통해서 교정된다... 치료의 성공은 환자가 자기 대상 전이에서 어린 시절에 발달할 수 없었던 자기의 욕구를 재활성화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분석 상황 안에서 이렇게 재 활성화된 욕구는 계속 유지되고, 최적의 좌절 경험에 반복해서 노출된다. 이 상황은 환자가 자신의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한 자기 대상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자기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능력을 최종적으로 획득할 때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자기 심리학에 의하면, 분석 치료의 본질은 환자가 새롭게 획득한 능력 안에 존재한다. 곧 환자가 그 자신의 환경 안에서 적절한 자기 대상들(반영해 줄 수 있고 이상화를 수용해 줄 수 있는)을 발견하고 추구할 수 있는 능력 안에 분석 치료의 본질이 있다."(Allen M. Siegel, 『Heinz Kohut and the Psychology of the Self』1996)

자기애적 격노에 대한 코헛(Kohut)의 치료지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분노보다는 분노를 일으키는 자기의 심리적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춘다. 감정보다는 자신의 근본적인 욕구좌절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적절한 대상관계의 필요성을,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자기애적 상처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따라야 한다. 치료는 더 이상의 붕괴를 예방하는 쪽으로 진행되거나 또는 자기 자신을 재통합하는 시도다. 셋째, 대상관계 욕구에서 부모의 잘못을 해결하는 작업과 자신의 수치심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치심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반응을 얻지 못한 것에서 온다. 따라서 부모에 대한 자기애적 분노를 서서히 성숙된 자기표현으로 옮기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Peter A. Lessem. 『Self Psychology』,2005 )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내친김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치 숙제하듯이 주제를 정하고, 공부 삼아 여기저기 자료를 찾고 뒤졌다. 그리고 둔한 머리로 나름 요약도 하고 또 정리도 해 본다. 그 명분은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기이해에 있다. 나라고 왜, 희로애락애오욕의 감정이 없겠는가. 감정은 안팍에서 온다. 세월 탓인지 계절 탓인지 마음이 많이 물렁해졌다. 요즘 마음 상태가 마치 비 갠 뒤에 맑고 화창한 날, 깨끗한 흰 운동화를 신고 걷는 시골의 진창길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때로는 분노도 마음껏 터뜨리고 싶다. 욕도 내키는 대로 막 하고 싶다. 오만 방자한 놈 멱살도 잡아가며 눈을 부라리고 을러대고도 싶다. 야비하고 얄미운 인간 뒤통수를 된통 후려 치고도 싶다. 또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잔뜩 취해보고도 싶고, 또 마음껏 꺼이꺼이 울고 싶을 때가 아주 아주 가끔 있다. 


아무튼 공부든, 정리든, 요약이든, 짜깁기든, 베끼어 쓰든,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글쓰기의 유익이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내 위치, 내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유익은, 글쓰기에 집중함으로써 갖은 감상(感傷)들, 잡념들이 풍선에 바람 빠지듯 나가 버렸다는 사실에 있다. 시간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 가버렸다. 또 다행스레 여겨지는 것이 있다. 내 비록 한갓 어리석은 졸보에 불과할지라도, 최소한 분노라는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성격장애자'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그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원치 않는 감정은 털어낼 필요가 있다. 진창길을 벗어나 운동화를 벗어 잔뜩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다시 신고 걷는 기분이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7.11.27).


※참고문헌: 

1.「자기애적 성격장애」(권석만, 한수정 지음, 학지사, 2000)

2. 「현대인은 풀어야 할 6가지 마음의 병이 있다」(류혜옥 지음, 클릭, 2009)

3. 「분노와 적대감」 (Mark Cosgrove 지음, 김만풍역, 두란노, 1997)

4. 「분노로부터 평안을 얻는 삶」(Les Carter  , Frank Minirth 지음 ,이봉희 옮김, 학지사 ,2013)

5.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치유』(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역. 학지사, 2005)

6. 「내현적 자기애 성향과 외로움의 관계 : 적대감과 분노표현방식의 매개효과」(현성민, 가톨릭대 상담심리2016 석사논문)

7. 「자기애 성향자의 대인지각」(박철현, 전남대 심리학  2011 석사 논문)

8. 「내현적 자기애 척도의 개발 및 타당화 연구」(강선희, 정남운, 한국심리학회지, 2002)

9. Peter A. Lessem,「Self Psychology: An Introduction, 2005」

10. Heinz Kohut, M.D.「Thoughts on Narcissism and Narcissistic Rage, 1972」

https://pdfs.semanticscholar.org/be89/0b41119ca6cb7150a2806ff4b0e6c5f2ef7c.pdf

11. What is Narcissistic Rage? The 7 Stages of Anger

https://thenarcissisticlife.com/what-is-narcissistic-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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