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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Oct 11. 2021

나쁜 종교, 좋은 종교

종교는 신(神)이 아니다. 종교에 관한 가장 심각한 오해는 종교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종교가 목적이 될 경우, 종교는 신의 자리를 대체한다. 또한, 폭력, 탐욕, 권력확장, 증오 등을 종교적 행위로 간주한다. 폭력적이고 억압적 역할을 하는 종교는 ‘나쁜’ 종교이다. ‘나쁜’ 종교는 공공의 선보다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 이득 확장에 집중하며, 신의 이름으로 증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확산시킨다. 칸트에 따르면 자기 이득을 확장하기 위한 모든 행위는 ‘급진적 악’이다. 반면, 평화, 정의, 사랑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종교는 ‘좋은’ 종교라고 명명할 수 있다. 하나의 같은 종교 안에서 이러한 두 상충적인 모습들은 공존하기도 한다. ‘나쁜’ 종교는, ...결국, 신의 이름으로 신을 배반하면서 ‘무신(無神)의 종교,’ ‘반신(反神)의 종교’로 전이되는 것이다. 권력만 가졌다 하면 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따라서 언제나 정의롭고 평화적이기만 한 종교는 없다. ‘종교란 책임성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는 자크 데리다의 종교규정은 전쟁, 폭력, 빈곤, 난민, 차별, 증오의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지는 이 시대에 중요한 통찰을 준다. ‘좋은’ 종교는 타자들에 대한 책임, 환대, 포용, 연민, 연대, 평등, 평화, 정의의 가치를 실천하고 확산하고자 한다. ‘좋은’ 종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모든 종교인의 절실한 과제이다. -강남순(신학자, '좋은 종교'와 '나쁜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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