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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Oct 08. 2021

이율배반

나는, 사랑, 기쁨, 평화, 절제, 성실을 강조하는 기독교를 믿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서로에게 극심한 증오를 드러내고 서로 반목하며 싸우고, 잔인한 혐오감을 서로 내뿜는 것에 종종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독교의 덕목들, 사랑, 기쁨, 평화 등 보다 증오나 혐오에 의해 그들이 가진 믿음의 실체를 더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해 주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겉치레의 외적 형식과 사람들이 규정한 교리 속에 갇힌 믿음은 맹목적으로 속기 쉬운 성질이나 편견과 다름없다. 그것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에서 동물로 만드는 일이며, 사고의 판단력을 사용하여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을 전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 자신의 구원을 위해 행동한다면,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생각과 배치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무작정 증오심으로 혐오로 적대하고 박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진실로 거룩한 빛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합당한 그것의 실상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타인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 인간이기에 욕망을 추구한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면서, 실제 현실에서는 옳고 그름과 진위와 선악과 정당성의 여부를 떠나서, 자기 욕망에 따라 모든 사안을 일단 자기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 

-스피노자(1632~1677), '신학정치론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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