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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Sep 27. 2021

허물

함부로 한 말은 다 허물이다. 그것을 다 ‘허물’이라 하는 것은 '말은 되는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니,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라도 혀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을 비난하면 남의 비난을 초래하고, 입으로 남을 해치면 남도 입으로 나를 해친다고 하였다. 말을 삼가지 않으면 화를 초래하는데 하물며 말을 많이 하여 실패가 많은 경우이겠는가. 허물을 부끄러워한다면 마음을 조심하는 것만 한 것이 없고, 입을 지키는 것은 삼가 침묵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기적인 자는 남을 속이게 되는데, 천리(天理)가 밝게 드러나므로 남을 속일 수 없고 다만 자신을 속일 뿐이다. 그러므로 제 몸을 진실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노인이 재주가 졸렬하고 학문이 졸렬하며 마음이 졸렬하고 뜻이 졸렬하며 말이 졸렬하고 행동이 졸렬하여 온갖 일을 해보아도 온통 졸렬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나의 거처를 백졸장(百拙藏)이라 이름 짓는다. 이름을 밖에서 구하지 않고 본성을 가지고 볼 때 그런 것이니 '졸렬함을 알면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경계가 될 것이다.


-허목(許穆 1595~ 1682년), "삼가 조심하고 두려워함(戒懼編)- '불여묵사'(不如嘿社)" 부분, 『기언(記言) 제23권 중편/ 계구(戒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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