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Jan 05. 2022

거짓말의 덫

거짓말은 좀비와 같다. 절대 죽지 않고, 사람의 뇌를 노린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똑같은 것을 봤다거나 겪었다거나 제보했다거나 하면 거기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리 꼭 믿을 만한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엄청나게 잘 속인다. 착각도 잘하고, 귀도 얇고, 대세를 거스르기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개소리 순환고리에 빠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거듭되는 보도를 접하다보면 '뭔가가 정말 있긴 있다'는 생각에 점점 무게가 쏠리고,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차츰 알아서 '자발적 기만'을 저지르는 것이다. 애초에 다 허구였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은 아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단순히 착각에 머물지 않고, 기이한 집단 광풍을 유사 이래 숱하게 낳았다. 사람들 사이에 비합리적 사고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경향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루머로 인한 집단 망상이다. 특히 우려의 대상이 누구나 두려워할 법한 것일 때 그런 현상이 잘 일어난다. '모럴 패닉(moaral panic ※역자 주: 특정 대상을 사회악으로 낙인찍고 집단적 공포에 사로잡히는 현상)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그런 현상의 역사는 매우 길다. 그 사례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과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그 테마는 신기하게도 똑같은 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만들어 낸 괴물들은 과거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와 발맞추어 나란히 걸어왔다.  


-톰 필립스, 『진실의 흑역사: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홍한결 역 | 윌북(willbook) | 20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