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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Oct 26. 2022

복(福)

공부하고 독서하는 것이 바로 복(福)이다. 제 힘으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것 또한 복이다. 학문하여 저술을 남김이 있을진대 바로 그것이 복이다. 시비 다툼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지 않는 것 그것이 복이다. 박학하면서도 바르고 성실한 벗이 있는 것 그게 바로 복이다.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을지라도 책 사는 일만큼은 사납게 욕심내는 것은 마땅하다. 온갖 일이 멍청한 것은 적절치 않을지라도 선을 행함에 있어서는 자신의 이해득실·손익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멍청함은 적절한 것이다. 선함도 없고 악함도 없는 자는 성인(聖人)이다. 선함은 많지만 악함이 적은 자는 어진 사람이다. 선함은 적고 악함은 많은 자는 보통 사람이다. 악함만 있고 선함이라고는 아예 없는 자는 소인인데, 이들은 우연히 선한 일을 할 때에도 이 또한 반드시 내심으로 의도하는 바가 있다.  '부끄럽다'는 한 마디는 군자를 다스리는 근원이 되고, '아프다'는 한 마디는 소인을 다스리는 빌미가 된다. 모습이 추한데도 볼만한 사람이 있고, 추하지는 않지만 볼만한 구석이라곤 아예 없는 사람이 있다. 문리(文理)는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이 있고, 문리가 통하고 아름다울지라도 지극히 혐오스러운 추한 글도 있다. 이것은 천박한 사람에게는 쉽게 알려 주지 못하는 이치이다.


-장조(張潮, 1659~), 「유몽영(幽夢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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