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뇌동(附和雷同):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이 있는가 하면 자기 주관이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 속의 사람이 그렇다. 동물로 치면 蝙蝠之役(편복지역)이란 말이 있듯이 쥐도 새도 아니면서 편리한 대로 양쪽 편에 모두 낄 수 있는 박쥐를 가리킨다. 또 한 마리의 개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짖는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주 쓰는, '모두 함께 맞춰(附和) 우레 소리를 울린다'(雷同)는 이 성어가 가장 알려졌다."(안병화 '오늘의 사자성어')
"철학의 의무는 오해에서 생긴 환영(幻影)을 제거하는 일이다". 칸트('순수이성비판')의 통찰이다. 옛날 한 왕이 화가에게 그림 중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운 것과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화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개와 말이 그리기가 가장 어렵고,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귀신과 도깨비입니다. 무릇 개와 말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늘 보고 익숙하게 아는 것이라, 비슷하게 그릴지라도 금세 실물과 비교되어 잘못된 것을 쉽게 알아차립니다. 때문에 가능하면 실물 그대로 그려야만 하니 그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귀신이나 도깨비는 형체가 없어 그 실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상상하는 대로 맘대로 그려도 실체와 대조해 보거나 실상을 검증할 근거와 방법이 전혀 없으니, 그리기가 가장 쉽습니다." 한비자 외저설에 나오는 일화다
실제로 그러한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그저 제시하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사회적 권위에 의존하는 것 밖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권위가 크면 클수록 그 권위에 대한 생각 없는 대중의 신뢰도와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여기가 바로 생각하지 않는 대중의 부화뇌동을 통해 거짓 또는 허구가 사실이나 진실로 탈바꿈함으로써 혹세무민의 동력이 생성되는 시작점이다.
‘예기’(禮記) 곡예 편에 “남의 주장을 가져다가 자기 것이라고 하지 말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지 마라”(毋剿說무초설 毋雷同무뇌동)라는 금언이 나온다. 여기에 더하여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小人同而不和 소인동이불화)”라고 가르쳤다. ‘화이부동’과 ‘부화뇌동'은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특징이며, 개인적 삶의 방식에서 주체적인 자율의 삶이냐 의존적인 타율의 삶이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 그대는 어떠하신가?
부화뇌동이 사회적 상황이나 여론의 흐름을 타면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 ‘증참살인’(曾參殺人)'이란 사자성어의 유래가 된 일화가 있다. 증참(曾參, 증자)은 공자의 수제자로 <효경>의 저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증참살인’(曾參殺人)'은 '증참(曾參)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이라고 말하는 자가 많으면 진실이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증참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 어떤 이가 증참의 어미에게 찾아가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했다. 어미는 “내 아들이 절대 그럴 리 없다”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후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어미에게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해도 어미는 한사코 믿지 않았다. 또 얼마 후 세 번째 사람이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하자, 어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 당시 진나라의 법으로는 가족 중에 살인을 저지른 자가 있으면 가족 전부에 죄를 물어 처벌하는 가혹한 연좌제가 존재했다고 한다. 거짓된 사실에 여론이라는 사회적 정황에다 특히 법이라는 강력한 사회 시스템이 뒷바치고 있으니 부화뇌동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2016년 12월 미국 심리학회지(APA)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사실의 전체 중에서 의도적으로 일부를 생략하고 '선택된 특정 사실'만을 부각하는 것, 이것을 거짓말의 한 유형, 즉 '호도성 거짓말'(폴터링 거짓말)이라고 명명했다. “분명히 사실 혹은 진실을 말하는데 거짓인 경우가 있다. 진실만을 얘기해 사람을 속이는 일은 가능하며 흔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 방법을 자주 쓴다.”(Rogers 외, 2016).
폴터링(Paltering)은, '그릇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기만이다. 폴터링을 하는 사람은, 진술을 듣는 상대가 자의적인 해석을 하도록 부추김으로써 갈등을 조장한다.' 거짓말의 결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말을 믿는 사람에게 책임 전가가 가능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폴터링은 아주 사악한 악질의 거짓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이런 류의 거짓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어쨌든 조중동을 필두로 기성의 언론기업 종업원들 및 '국민의 암' 부류와 그 맹신적 추종자들이 말하는 것들이 비록 사실에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논리 앞에는 '선택된 사실'이라는 단어들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논리 오류에서 '선결문제 해결의 오류'라는 게 있다. 주장하는 결론이 '참'이 되려면 제시하는 전제와 근거 또한 '참'이어야 하는 데, '참'으로 증명되지 못한 전제와 근거를 가지고 결론이 '참'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근거와 결론 모두가 거짓 또는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이나 허구 또는 왜곡된 사실을 결론의 근거로 삼아 주장하며 진실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부화뇌동을 화두로 하여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요즘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권력을 필두로 하여 스스로 정치 사회 경제 권력의 개(새끼)가 되어버린 기성언론의 쓰레기 뉴스, 즉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형태와 수법이 남발된 가짜뉴스를 일반 대중들이 액면 그대로 곧이곧대로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는 데에 있다. 작금의 정치권력이 부패하고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혹세무민이 가능한 것은 기레기 혹은 기더기 언론의 공로가 지대하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던가. 자기 생각 없이 무턱대고 남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 또는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노예와 다를 바 없다. 진실을 가늠할수 있으면서도 오로지 자기 이익이나 자기 감정에 맞춰 부화뇌동하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논할 가치 조차 없다. 그런데 노예도 아니면서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고 심지어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마리의 개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그저 덩달아 짖어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생각할 줄 아는 사람과, 본능과 경험에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짐승은 다르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살더라도 최소한 개 같은 짐승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함석헌 선생(1901~1989)은 '사상계( 1958년 5월)'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그 글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질타한다. "뜻 품으면 사람, 뜻 없으면 사람 아니(고). 뜻 깨달으면 얼(靈), 못 깨달으면 흙, 전쟁을 치르고도 뜻도 모르면 '개'요 '돼지'다. 영원히 멍에를 메고 맷돌질을 하는 당나귀다."
여담이다. 가끔 영화에서, 본능적으로 살의에 가까운 분노를 유발하는 악질적인 악당 부류가 나온다. 악당들은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온갖 기만적 술수와 악행을 저지르며 심지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가장 최악의 악질은, 대상자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인질로 잡아 위협하고 살인까지 불사하며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쟁취하는 부류들이다. 요즘 조중동을 선두로 하여 뭇 언론기업들과 검찰권력과 사법부 그리고 '국민의 암' 정치인 부류들의 행사를 보노라면 마치 영화 속의 전형적인 악당들을 보는 듯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악당들이 작금의 현실에서 법 권력과 정치권력을 휘두르며 버젓이 활개치고 있으니 가히 통탄할 일이다.
"손님 찾아가면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더니/ 주인 나오면 극성으로 짖어대고/ 주인이 말리면 더 큰 용맹 발휘하여/ 물려고 덤벼드는 저 개는/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모양이다/ 개에게는 저 짓이 생존의 방식이라지만/ 개는 자신이 개임을 부정해야 개밥 먹을 수 있다지만/ 이런 인간들이 도처에서 콩당콩당 뛰고 있다/ 주인 나왔겠다 충직하게..."(백무산 詩, '뒤에서 바람부니' 부분)
여하튼 '부화뇌동'하는 것은 그대들의 자유라 딱히 뭐라 할 것은 못 된다. 먹고살기 위해, 혹은 무지(無知)해서, 또는 차마 말 못 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자발적으로 악당들의 마름 노릇, 주구 노릇, 노예 노릇 하는 것 또한 그대들의 자유의지고 삶의 방식이며 생존의 방식이고, 어쩌면 나 또한 그대들과 동류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졸하디 졸한 내가 뭐라 탓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비록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래도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최소한 주인 나왔다고 길길이 날뛰는 하룻강아지나 남 짖는다고 덩달아 따라 짖는 개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0.9.27 쓰고 2023년 1월 14일 고쳐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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