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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l 29. 2023

기억

인간에게는 아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장애가 있다. 나무는 보지만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랄까?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마음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인간은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사실, 오직 사실만을 머리에 우겨 넣는다. 이 '메타원리'(인간은 원리를 습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원리)를 쉽게 습득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가 과거로 부터 배운 것은 최선의 경우에 쓸모없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파국을 낳는다. 요컨대 우리는 인과관계의 사슬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수정해 나간다. 우리는 새로 발생한 사건까지 감안하여 논리적으로 들어 맞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 짓기를 되풀이한다. 우리는 기억이 견고하고 불변이며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이는 사실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야기 짓기에 들어맞는 쪽으로 정보를 사후에 선택함으로써 기억이 더욱 생생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떤 기억들은 만들어진 것이다. 동물보다 좀 더 고상한 삶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이야기 짓기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텔레비젼을 끄고, 신문 읽는 시간을 줄이고, 인터넷을 무시하라.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 능력을 훈련하라. 감각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을 구분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라. 이렇게 함으로써 세계의 해악에서 벗어나면 보답을 얻게 될 것이니,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차익종 역 | 동녘사이언스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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