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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l 16. 2023

통찰

소인배가 변신하여 호걸·군자로 탈바꿈하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면서도 그가 아무리 변장하고 변신할지라도  그 속은 여전히 사악한 소인배(小人輩) 그대로임은 깨닫지 못하고, 우리가 세상의 시련을 당하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면서도 오직 시련만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은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온 세상이 두려운 곳이 되고,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일생이 모두 한낱 허망한 꿈속이 된다. 자기 분수에 넘치도록 복(福)을 추구하는 것은 곧 재앙을 불러들이는 것이고, 자기 본분에 맞게 분수를 지키는 것은 복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단지 환심을 사기 위해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않고 되갚아서 후덕(厚德) 해지느니만 못하며,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명예를 피하여 근심 걱정 없이 한가로이 지내는 것만 못하고, 진심을 꾸며서 남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것은 곧은 절개를 세워 진실한 것만 못하다. 묵묵하니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절대로 속마음을 낱낱이 털어놓지 말아야 하고, 발끈하고 성내며 자신만을 옳다고 여기는 무리를 만나면 모름지기 말조심을 해야 한다. 높은 재능을 믿고 세상을 가지고 노는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침을 당할 것에 대비해야 하고, 어질고 후덕한 얼굴로 남을 속이는 자는 자기 바로 앞에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음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진계유(陳繼儒, 1558~ 1639),  '성언(醒言)', 『소창유기(小窓幽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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