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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24. 2023

사람의 향기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이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 言品이다.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成大中)이 당대의 풍속을 엮은 잡록집인 ≪청성잡기 靑城雜記≫에 이런 글이 나온다.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內不足者,其辭煩,心無主者,其辭荒)".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 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 人香(사람의 향기)'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은 잠시 한데 뒤엉켜 지낼 수는 있으나, 언젠가는 서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람과 말의 본질도 매일반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해도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제가 드러나고 만다. 본성과 본질, 진심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는다. 쉽게 으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낸다. 


-이기주, 『말의 품격』(황소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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